“내가 태영호 녹취 유출범?” 前보좌관, 강용석 명예훼손 고소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을 부른 녹취록 유출자로 지목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전직 보좌진이 강용석 변호사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태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보좌진 A씨는 8일 강남경찰서에 강 변호사와 김용호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태 의원은 지난 1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관계에 대해 옹호 발언을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자신의 음성 녹취가 보도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의원실 내부 회의를 녹음한 것으로, 전‧현직 보좌진이 제보자로 유력하게 지목됐다.
다음날인 2일 강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북한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태영호 의원 음성 녹취 유출, 과연 누가 그랬을까?’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방송은 태 의원이 과거 자신의 보좌진들과 함께 언론 인터뷰에 응했던 기사를 보여주며 A씨의 얼굴과 이름을 모두 공개했다. 방송의 섬네일에도 A씨가 과거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글 등을 캡처한 사진이 담겼다.
방송 출연자 김용호씨는 “의원이 가장 믿어야 하는 보좌진이 몰래 녹음해서 MBC에 갖다 바쳤다”며 “여자 보좌진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방송은 현재 태 의원실의 보좌진 명단을 보여줬다. 이를 본 강 변호사는 “아, A가 없어졌어요? A구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너무 특정하진 말고, 그 보좌진이 녹취해서 제보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지만, 강 변호사는 “저기(명단)에 있는 사람은 아니겠지. 나간 사람이겠지”라며 A씨로 몰아갔다. 방송 출연자는 A씨의 과거 이력이 담긴 프로필을 본 후 “이대에서 성악을 배워서 녹음을 잘하는구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추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태 의원은 이날 “최근 녹취록 유출 사건과 관련해 일부 유튜버들이 유출 배후로 언급하고 있는 A비서관은 이미 지난 대선 전인 2021년 6월에 의원실을 떠난 사람”이라며 “해당 비서관이 이번 사건과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허위사실을 확산시키는 이들에 대해 강력하고 엄중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무분별한 의혹이 살포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후 태 의원은 지난 6일 녹음 유출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이와 함께 회계 업무를 담당한 의원실 직원이 수백만 원 상당을 횡령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현직 보좌직원을 고발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강 변호사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여전히 A씨의 신상이 담긴 영상이 남아 있다. A씨는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강씨 등은 제 실명과 사진을 인용해가며 제가 녹취록을 유출한 배후라고 밝혔다”며 “태 의원이 제가 유출자가 아니라고 확인을 했음에도 비방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유포는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이번 녹취록 사건과 무관하다. 사건이 보도되기 전 그런 녹취록을 본 적도, 들은 적도, 만든 적도 없다”며 “이를 누군가에게 전달한 적 또한 당연히 없다”고 했다. 2년 전인 2021년 6월 태 의원실을 나왔기에 문제의 발언이 녹취된 3월 9일에는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고 했다.
A씨는 “강씨 등은 간단한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수만 명이 보는 유튜브 방송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파렴치한 자들”이라며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불특정 다수에게 비방을 당하는 건 매우 생경하고 무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강 변호사의 방송을 본 이들이 A씨가 현재 일하고 있는 의원실에 항의 전화를 해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기도 했다고 한다.
A씨는 “저처럼 무고한 피해자들이 제기한 수많은 송사를 거쳐온 경험으로 저들은 최대한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그럼에도 저는 저들이 알량한 입으로 저지른 범죄가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싸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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