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대반격, 러시아 붕괴 목격할 것…우크라 믿어라” F16 지원은 안갯속 [월드뷰]
“바흐무트 졸전, 러軍 전력 예전만 못하다는 증거”
“크름반도 탈환, 영토 완전성 회복 목표 변함 없어”
“F16 첨단 전투기는 절실…우크라 믿어달라”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은 러시아 군사 및 경제의 완전한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이 장담했다. 볼로디미르 가브릴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7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우크라이나를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가브릴로프 차관은 “우리는 우리의 반격을 개시할 것이다. 언제, 어디서는 중요치 않다. 봄철 대반격이 시작되면 러시아는 공황에 빠질 것이다. 여러분은 엄청난 공황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달이나 다음달 언젠가 러시아 군사 또는 러시아 경제의 즉각적인 붕괴를 끌어내는 무언가를 보게 되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브릴로프 차관은 지난 수개월 간 이어진 바흐무트 전투를 통해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바흐무트 전투는 우크라이나 반격 준비의 핵심적 역할을 했으며,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은 최전선의 조건을 결정하고 러시아의 핵심 군사 자원을 짓밟을 수 있었다. 바흐무트 전황은 러시아 지휘부의 사기를 꺾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바흐무트 전투를 통해 러시아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1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고 러시아 탱크가 우크라이나로 첫 진격했을 때 우리가 본 것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가브릴로프 차관은 이런 바흐무트 전황은 러시아군이 필연적으로 재앙적 종말을 맞게 될 거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군 뿐만 아니라 적군에게도 이 전쟁에 러시아를 위한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의 끝에 군사적 재앙이 러시아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는 곧 그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가브릴로프 차관은 크림반도 탈환 등 영토의 완전성 회복이라는 우크라이나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크림반도 탈환을 현실로 만들 군사적 전략에 대해선 함구하면서도 “어떤 것도 우리 영토인 크름반도 탈환을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다. 러시아는 크름 탈환을 이 전쟁에서 피할 수 없는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브릴로프 차관은 작년 12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평화협상을 위한 최우선 조건은 크름반도를 비롯한 모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 점령지인 크림반도 사이의 육교를 끊어 남부 자포리자주 내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선을 차단하고 반도 내 러시아군 기지를 고립시키는 것이다.
가브릴로프 차관은 그러나 러시아 전투기는 막을 방법이 없다며 첨단 전투기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100㎞ 이상의 거리에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할 수 있는 방공망보다 더 정교한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F16 같은 최신 전투기를 제공해달라고 파트너에 요청하는 이유다.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선 가능한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가브릴로프 차관은 전쟁 초기만 해도 우크라이나가 이만큼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 초기 서방 동맹국과 상업 무기 회사들은 우크라이나가 무기 대금 분할 상환을 완료할 때까지 존립하지 못할 거라고 가정하고, 일시 선납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하기를 꺼렸다. 세계 많은 나라는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한 달도 못 버틸 거라고 생각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조국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우크라이나는 기술적 이점, 기술적 우위를 통해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우리를 믿어라. 보다 전향적 자세로 우크라이나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전투기 지원을 거듭 요청했다.
아울러 “앞으로 몇 달간의 소모전 이후 지상전 상황이 급속도로 달라질 수 있다”며 “2023년이 꼭 승리의 해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 누적
군사지원 회의론, 정치적 압력 확대
봄철 대반격, 지속 지원 시험대
우크라 부담감 표출, F16 지원 호소
확전 및 기밀 유출 가능성 F16 지원 희박
러시아 공군력 강화, 활공폭탄으로 압박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의 호소는 서방 내에서 군사지원 회의론과 정치적 압력이 확대된 가운데 나왔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된 서방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여론이 번지기 시작했다. 미국과 독일에선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시위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봄철 대반격이 자칫 실패로 돌아갈 경우 서방의 군사 지원이 끊기거나, 러시아와 원치 않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전했다.
내년 말 미국 대통령선거가 예정돼있다는 사실도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대반격 성과를 재촉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만일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재집권하지 못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백지수표식 지원에 반대하는 공화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지금과는 상황이 판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서방의 무기·훈련 지원을 바탕으로 계획된 대반격은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회복하고 서방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전쟁의 가장 중요한 국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은 최근 수개월간 우크라이나에 쏟아부은 무기와 훈련, 탄약이 과연 전장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두고 이번 반격을 중요한 시험대로 여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단기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서방 내 지지 기반은 약화하고 대반격 기대감만 높아진 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려면 전투기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우크라이나의 입장인 것이다.
앞서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또한 국제사회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며 방공시스템 지원을 강조한 바 있다.
레즈니코프 장관은 “우리의 반격 계획이 과대평가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엄청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서방 지원국은 ‘우리 국민에게 보여줄 새로운 성공 사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성공’이 어느 정도 규모인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서방이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기 위해선 장사정포와 F16 전투기를 통한 방공망 확충이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F16 전투기를 손에 넣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투기 지원에는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F16 전투기가 러시아 본토까지 전개될 경우 전술핵 사용 등 확전을 피할 수 없고, 또 만일 전투기가 격추돼 러시아 손에 들어갈 경우 기밀 유출 우려도 있다며 전투기 지원 가능성을 낮게 봤다.
우크라이나가 방공망 확충에 애를 먹는 사이, 러시아는 공군력 강화로 전력을 재정비하는 모양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7일 러시아 공군이 전에는 사용한 적 없던 활공 폭탄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전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봄 대반격 계획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활공 폭탄이란 날개가 달려있어 레이더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낮게 날아가며 사거리도 긴 폭탄을 말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공군이 활공폭탄을 하루에 최소 20발씩 투하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지난 3월 24일 활공 폭탄 11개를 사용한 바 있으며 지난달 20일 러시아 전투기가 자국 서부 도시 벨고로드에 폭탄을 잘못 투하했을 때도 활공 폭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전투기가 최전방에 출격하지 않아도 활공폭탄을 이용해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까닭에 공군력 운용폭이 넓어졌다. 활공폭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돼온 무기이지만 최전방 방공망이 취약한 우크라이나로서는 곤혹스럽게 됐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특히 활공 폭탄이 기존 장거리 타격 무기보다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러시아가 활공 폭탄으로 공중전에서 우위를 차지할 발판을 마련한다면, 우크라이나 군대 집결지와 지휘·통제 거점, 물류 허브 등이 모두 취약해진다는 뜻이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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