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수법 고도화…청년변호사들이 말하는 11가지 예방법

오연서 2023. 5. 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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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근저당 특약’ 필수”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대 ㄱ씨는 지난 2020년 4월 서울 구로구 개봉동의 한 신축빌라를 전세보증금 1억8500만원에 2년 계약했다. 계약기간 11달째인 지난 2021년 3월 ㄱ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압류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임대인 ㄴ씨의 세금 체납이 이유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ㄱ씨가 공인중개사로부터 안내받은 임대인과 계약서상 임대인 ㄴ씨는 다른 사람이었다. 현재 ㄴ씨는 구속상태이며 공인중개사도 전세사기에 가담한 혐의(사기)로 입건됐다.

ㄱ씨 사례는 최근 전세사기 사례 가운데 가장 흔한 수법 여러개가 종합된 사례다. 신축 빌라에서 전세·매매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집주인을 바꿔치기해 결국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신축빌라 동시진행' 수법, 임대인이 고액의 세금을 체납한 사실을 임차인에게 알리지 않은 채 전세계약을 하는 ‘세금 체납 미고지' 수법, 그리고 공인중개사도 한패로 가담하는 수법 등이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새변)이 8일 부동산 관련 어플리케이션 ‘임차in’을 운영하는 ‘아이엔’과 협업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세사기 상담 내역 100건을 분석해 피해 예방법을 내놨다.

ㄱ씨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새변이 추천하는 방법은 계약 전 집주인의 신원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다. 새변은 “공인중개사·중개보조인에게 계약 체결 전 안내받은 집주인과 실제 등기상 집주인이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등기상 집주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집주인의 신분증, 인감증명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전세 계약 후에도 등기를 떼어보는 등 명의 변경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세금 체납 사실도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변은 “올해 3월부터 공인중개사를 통해 집주인 동의시 집주인의 국세, 지방세 체납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체납사실 파악은 전반적인 임대인의 경제적 능력 파악에 도움이 되므로 공인중개사를 통해 집주인 국세·지방세 체납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량 공인중개사’를 피하기 위한 방법도 제시했다. 새변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누리집을 통해 해당 지역에서 개업한 공인중개사인지 조회할 수 있고, 중개보조원은 국가공간정보포털홈페이지 열람공간 부동사중개업 조회란에 이름을 넣으면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며 “계약을 진행하는 사람이 중개보조원인지, 공인중개사인지 확인을 하고, 성실하게 매물에 대해서 설명하고 확인하는지도 확인하라”고 말했다. 또한 “정상적인 거래의 경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계약을 하므로 사무소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반드시 확인해서 해당 공인중개사가 매물을 중개하는 건지도 확인하라”며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아닌 곳에서 계약을 한다거나 공인중개사가 아닌 분양사무소 직원 내지 관리인이 매물을 설명하고 계약을 하자고 하는 경우는 유의하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 △주변 시세 대비 전세보증금 확인을 통한 ‘깡통전세’ 여부 파악 △등기부등본 통해 부동산 신탁 여부 확인 △공인중개사의 공제회 가입 여부 확인 △‘근저당 특약’ 추가 등 새변은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11가지 예방법을 제시했다.

이가운데 ‘근저당 특약’ 추가는 집주인이 잔금일에 해당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근저당 설정을 하지 못하도록 잔금일 다음날까지 현재 등기 상태를 유지한다는 특약을 추가하는 걸 뜻한다. 계약하려는 집에 근저당이 잡혀있다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 돌려줘야 할 채무가 후순위로 밀려 보증금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사기는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임차인의 예방만으로는 막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새변은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는 보증보험가입이 된다면서 임차인을 유인하는데, 전세보증금반환보증기관에서 무자본 갭투자 임대인을 엄격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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