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영국적인 직업 ‘집사’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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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라는 직업을 통해서 영국인의 습성과 관습을 물씬 풍기는 <남아 있는 나날> 은 일본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건너간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이다. 남아>
달링턴 홀이라는 영국 저택에서 주인인 달링턴을 모시고 집사로 일한 스티븐슨은 주인이 죽고 새로 저택을 인수한 주인의 배려로 6일간의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어쩌면 집사야말로 영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에까지 미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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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라는 직업을 통해서 영국인의 습성과 관습을 물씬 풍기는 <남아 있는 나날>은 일본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건너간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이다. 달링턴 홀이라는 영국 저택에서 주인인 달링턴을 모시고 집사로 일한 스티븐슨은 주인이 죽고 새로 저택을 인수한 주인의 배려로 6일간의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목적은 유흥이 아니라 오래전 함께 근무했고 자신에게 연정을 품었던 동료 켄턴 양을 다시 저택에 근무하도록 설득하기 위함이었다.
이 소설은 특별한 서사가 없고 단순한 구조이지만 ‘마술에 가까운 솜씨’라는 찬사를 받으며 수많은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그리고 스티븐슨과 켄턴 양의 러브스토리라기보다는 ‘위대한 집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라고 무방할 정도로 소설 전체에 집사라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직업이 가져야 할 소명 의식과 프로 정신이 곳곳에 스며져 있다.
집안 살림은 물론이고 자신의 아버지 임종조차 지키지 않고 저택의 행사 준비와 손님 접대에 몰두하는 모습과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자신을 사랑하는 캔턴 양을 떠나보내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스티븐슨이 위대한 집사라는 사실에 동의하기 마련이다. 어디 그뿐인가? 영국인인 스티븐슨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미국식 농담을 좋아하는 새 미국인 주인의 농담에 장단을 맞추기 위해서 ‘농담하는 연습’에 몰두하는 모습 또한 그의 프로 정신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경외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얼마 남지 않은 ‘남아 있는 나날’ 또한 새 주인을 제대로 섬기기 위해서 매진하겠다는 다짐하며 철저하게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스티븐슨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의 인생을 위한 나침판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켄턴 양에게 우리는 친근감을 느낀다.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서 영화와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1994년 앤서니 홉킨스와 에마 톰슨 주연으로 개봉한 영화 <남아 있는 나날>은 무뚝뚝하고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집사 스티븐슨을 사랑하여 꽃병을 들고 문을 두드리는 캔턴 양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연민과 동시에 제발 스티븐슨이 그녀의 사랑을 받아주기를 응원한다. 그리고 ‘위대한 집사란 무엇인가’가 아닌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관점으로 주인공들의 처신을 지켜본다.
반면 소설은 영화가 보여주지 못하는 집사라는 직업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쩌면 집사야말로 영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에까지 미칠 지경이다. <남아 있는 나날>을 읽다 보면 우리는 흔히 ‘집사란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인데 마침 ‘집사의 모든 것’을 다룬 책이 있다. <영국 집사의 일상>이라는 책인데 묘하게도 이 책 또한 일본인 무라카미 리코가 썼다.
박균호 교사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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