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식’ 부채감축?…대구도축장 폐쇄 서두르는 대구시
경남지사 시절엔 진주의료원 폐쇄 등으로 부채감축
대구시가 내년 3월 대구도축장 폐쇄를 선언한 것을 두고 ‘홍준표식’ 부채감축을 위해서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국거리용 등에 쓰이는 비규격돈을 처리할 시설이 부족한 데도 대구도축장 폐쇄에 속도를 내는 것은 홍 시장 임기 중 도축장 부지 매각을 통해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가 지난 3월 시작한 ‘축산물도매시장(도축장) 폐장’ 연구용역이 다음달 중 마무리된다. 대구시는 도축장 폐쇄 여부와 함께 부지활용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해당 용역은 홍 시장이 지난 1월 대구도축장 폐쇄를 공식 발표하면서 추진됐다. 대구시는 현재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과 함께 도축 기능을 제외한 축산물도매시장을 달성군 하빈면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대구도축장이 문을 닫으면 당장 내년부터 비규격돈 11만여 마리를 처리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구도축장에서 도축된 비규격돈은 11만5611마리(어미돼지 5만5118마리·위축돈 6만493마리)다. 대구·경북지역에서 비규격돈 도축이 가능한 곳은 고령도축장도 있지만, 이 곳은 공간 부족 등으로 하루 평균 40~50마리만 도축하고 있다.
경북 양돈 농가들은 도축장 폐쇄를 1~2년만 미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동에 짓고 있는 축산물유통센터에 비규격돈 도축설비를 구축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것이다. 경북도는 이 센터에 비규격돈 도축설비 마련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박종우 대한한돈협회 경북도협의회장은 “도축장 폐쇄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농가가 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라며 “(정부) 예산을 받고 공사를 진행하면 2025년 상반기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축산물도매시장에는 도축장과 육가공공장 외에도 30여개 부산물 판매상가가 있다. 판매점과 계약 기간은 2026년 9월까지다. 현재 상인들은 도축장이 폐쇄되면 이로 인한 손해배상 등을 대구시에 청구할 계획이다.
성서행정타운 부지매각 등 잇따라 실패…대구도축장 대안으로?
양돈농가의 피해와 손해배상 등을 감수하면서 대구시가 부랴부랴 도축장을 폐쇄하려는 것은 홍 시장이 내세우는 ‘부채감축’을 위해서라는 의견이 많다. 축산물도매시장 땅을 팔아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각종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홍 시장 임기가 끝나는 2026년 이전에 해당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도축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채감축은 홍 시장의 대표 치적이기도 하다. 그는 경남지사 시절 진주의료원 폐쇄 등으로 3년간 약 1조3800억원 부채를 없앴다. 홍 시장은 지난해 7월1일 대구시장 취임식에서 “대구는 현재 2조3000억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다”며 “경남지사 시절 채무 제로를 이뤄낸 경험을 바탕으로 과감한 재정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내에 부채 1조5000억원을 감축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대구축산물도매시장 부지는 3만7579㎡(1만1367평)다. 인근에 개발되고 있는 금호워터폴리스 산업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산업용지)는 450만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약 511억원 가치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도매시장 부지는 2019년 12월 시설현대화를 위해 자연녹지에서 준공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이 변경되기도 했다.
앞서 홍 시장은 부채감축을 위해 달서구 성서행정타운(공시지가 850억원)과 북구 칠곡행정타운(공시지가 304억원) 부지 매각을 추진했다가 지역주민 반발로 철회했다. 신청사 건립기금 480억원을 일반회계로 전환해 부채를 줄이려 했지만 이마저도 주민 반대로 실패했다.
결국 대구시는 신청사 이전부지인 옛 두류정수장 15만8000㎡ 중 9만㎡를 민간에 매각해 청사 건립과 부채 상환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주민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대한한돈협회 한 관계자는 “부채를 줄이겠다는 홍 시장 계획이 여러 차례 실패하면서 대구도축장 부지가 (부채감축) 대안으로 떠오른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구시 내부에서도 “부지 활용방안을 내놓는 연구용역 기간이 3개월이라면 상당히 짧은 것은 사실”이라며 “결론을 내려놓은 용역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도축장을 즉각 폐쇄할지, 기간을 연장할지 등 연구용역이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연구용역이 완료되는 대로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local/Gyeongbuk/article/202305011745001
https://www.khan.co.kr/local/Daegu/article/202305032150035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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