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공부는 시키지만…80년대생 학부모가 사는 법

한겨레 2023. 5. 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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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생 학부모 분석 책 나와
80년대생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만큼이나 자신의 자기계발에 관심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초 수학여행에까지 학부모들이 따라와서 교사에게 자신의 아이에 대한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사건이 기사화되면서 ‘요즘 학부모들’이 또 화제에 올랐다. 해당 기사에는 수학여행뿐 아니라 체험활동에도 학부모들이 따라와 교사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댓글이 달렸다. 20년 이상 교직에 있는 교사들은 “갈수록 학부모들을 상대하는 게 힘들어서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초등·중학교를 다니는 자녀들의 부모는 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세대담론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로 불려지는 이들은 정말 다른 세대와 확연히 다른 학부모들일까?

중학생 자녀들을 두고 있는 80년생 학부모이자 15년 이상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경험을 살려 인기 유튜브 ‘슬기로운 초등생활’을 운영하고 있는 이은경 작가가 이같은 화두를 붙들고 책 <80년대생 학부모, 당신은 누구십니까>(아워미디어)를 최근 펴냈다. 그는 지난 3일 인터뷰에서 “학부모 모임에 나가면 나이가 좀 있는 선배 학부모들이 ‘요즘 학부모들은 너무 다르다’라고 말하고, 동료 교사들도 만나면 ‘요즘 학부모들은 너무 힘들다’고 말해서 왜 그렇게들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책을 쓰게 됐다”며 집필동기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여름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80년대생 학부모들 1800여명을 상대로 50여가지 질문을 묻는 설문조사를 벌이고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해석을 위해 교육계·경제계 전문가 10명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80년대생 학부모들이 다른 세대와 차별되는 특징들이 드러났다.

먼저 ‘아이의 성공한 인생을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는 질문에 ‘아이가 원하는 꿈을 이루는 것’(54%)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경제적·시간적 여유(28%)가 뒤를 이었으며, ‘좋은 학벌을 갖는 것’이라는 대답은 0.8%에 불과했다. 이들이 자녀가 학교생활에서 얻길 바라는 것도 ‘사회성’이었지 ‘성적’은 아니었다. ‘사회성’이 4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자립심’(27%), ‘인성’(18%) 등이 뒤를 이었으며, 성적을 바라는 학부모는 1.7%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그는 “사회가 급변하면서 더 이상 명문대 졸업장이 행복과 안정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걸 부모들이 인식하는 동시에 성적은 학교가 아닌 ‘사교육’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담임교사에게 원하는 것도 공부를 잘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를 존중하는 태도’(63%)와 ‘너그럽고 따뜻한 성품’(27%)이었다.

80년생 학부모이자 15년 이상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기 유튜브 ‘슬기로운 초등생활’을 운영하고 있는 이은경씨는 교육 관련 책을 45권 이상 출간한 작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진 이은경씨 제공

이들 학부모들은 교육 정보를 책이나 ‘옆집 엄마’로부터 구하기보다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얻었다. 워낙 실시간으로 빠르게 많은 정보를 입수하다보니 자신만의 교육관도 정립돼 있고 공부 잘하는 집 아이들이 하는 것을 무작정 따라하기보다 ‘내 아이에게 맞는지’를 우선 살핀 뒤 결정했다. 즉 사교육계의 불안 마케팅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 깐깐한 학부모들이었다. 또 자신의 자녀에게만 맞다면 대안교육과 홈스쿨링 등 제도권 밖 교육에도 열려 있었다.

자녀 교육의 러닝메이트로 ‘아빠’가 등장한 점도 특이할 만했다. 과거 자녀의 성공에는 ‘아빠의 무관심’이 필수적이라는 우스개가 있었지만, 요즘 부부들은 자녀 교육을 함께 논의하고 결정했다. 또 엄마 아빠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부모가 자기계발과 자기성장에 관심이 많았으며 그 이유가 ‘자녀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학부모들이 가장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은 아이들의 성적 관리와 공부습관 만들기였고, 사교육비 역시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성적보다 꿈을 응원하면서도 정작 돈과 시간은 성적 만들기에 쓰고 있는 이 모순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이씨는 “일단 아이의 재능과 적성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걸 발견하기 위해서 다양한 걸 시켜보느라 또는 공부에 혹시 재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교육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자녀가 공부에 재능이나 적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축구를 하던 아이가 축구를 그만두면 ‘그럼 이제부터 공부 열심히 해!’라고 했지만, 지금은 아이가 공부에 적성이 없으면 축구 경험을 살려서 스포츠 마케터나 스포츠 컨설턴트 등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지 공부를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이같은 80년대생 학부모들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빛과 그림자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부모들이 입시와 성적만을 위해서 아이를 몰아세우지 않고 아이의 특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양한 진로를 모색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내 아이가 불편하거나 힘들거나 속상한 것은 점점 더 못참고 예민해진 학부모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저출산으로 인해 ‘내 아이는 너무 소중하다’는 인식과 에스엔에스 발달로 인한 비교 문화 등이 학부모들을 예민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아이들간의 사소한 말다툼도 학교폭력 신고와 교사에 대한 고소·고발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더 어려지고 더 예민해진 학폭 신고로 학교와 교사가 학폭 처리에 신경을 쓰느라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결국은 우리 아이들의 방치와 손해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학부모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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