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살해 후 암매장한 40대女, 시신 다시 꺼내 손도장 찍어

김명진 기자 2023. 5. 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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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서 징역 30년 확정

주식 공동 투자자인 50대 의사를 살해한 뒤 암매장한 40대 여성이 대법원에서 징역 30년을 확정받았다. 이 여성은 범행 다음 날 시신을 다시 꺼내 엄지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주식거래 계약서에 지장을 찍은 사실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살인·사체은닉·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6일 부산 금정구 한 주차장에서 주식 공동투자자인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경남 양산의 밭에 묻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공동 투자했다. 그러다 피해자로부터 투자금 1억원의 상환을 독촉받자 자신의 남편이 채무 사실을 알게 될 것이 두려워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과정에서 지인의 차량을 빌려 가짜 번호판을 붙인 뒤 시신을 옮기고 가발까지 착용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가 피해자의 시신을 이용해 문서를 위조한 사실도 드러났다. 살해한 다음 날 새벽 주거지에서 잠을 자던 중 피해자의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두 사람 간의 주식 거래 관계에 대해 의심을 샀다. 그러자 A씨는 통화를 마치고 피해자를 묻었던 밭으로 가 시신을 덮은 흙을 털어내고 왼팔 엄지에 인주를 묻혀 허위 주식계약서에 지장을 찍게 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8년을 구형했지만 1심은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하고, 시신 유기 장소를 미리 섭외했을 뿐만 아니라 시신을 옮길 자동차의 번호판을 다른 번호로 변경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하고 시신의 지문을 이용해 사문서 위조 범행까지 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징역 30년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부는 “범행 동기 등이 불량해 피고인을 사회와 격리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수법이 잔인하거나 포악하지 않고,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으며 처벌 전력이 없는 점, 재범 위험이 없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회와 영구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선고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A씨는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여러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징역 30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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