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법 판결, 유죄 결론 짓고 논리 만들어···기소 남발 우려"
원청 온유파트너스·한국제강 중형
의무위반~사고 인과관계 불분명
피고인 자백···법리검토 과정 없어
檢, 원청 의무 확대 해석해 혼란
중소기업 형사처벌 가능성 커져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잇따라 중형을 선고하자 판결을 검토한 경영계가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인과 관계도 불분명한 사고에 제대로 된 법리 검토 없이 판결이 내려졌다며 검찰이 유죄로 단정 짓고 논리를 만들어낸 것 같다는 지적까지 제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8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원청 대표이사에게 징역형 및 집행유예를 선고한 온유파트너스(1호)·한국제강(2호) 판결을 분석한 전문가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회의에는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와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참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정형은 징역 1년 이상이다. 이 같은 조항은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도 확대 적용된다.
앞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하청 근로자가 요양병원 증축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사고의 책임을 물어 지난달 6일 원청인 온유파트너스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철강 제조 공장 하청 근로자가 떨어진 방열판에 사망하자 원청인 한국제강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 지난달 26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1·2호 판결에서 대표이사의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위반과 사망 사고 발생 간의 인과 관계를 인정할 만한 근거나 논리를 찾을 수 없고 법리적 검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위반→산업안전보건법상 구체적 안전 보건 조치 의무 위반→사망의 결과 발생’이라는 2단계 인과 관계가 인정돼야 하지만 두 판결에서는 의무 위반이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명시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1호 사건의 공소사실에는 구체적인 인과 관계 설명 없이 원청의 ‘작업 중지 등 매뉴얼 마련 위반’으로 ‘하청이 안전대를 지급하지 못했다’는 내용만 담겼다.
정 교수는 “1·2호 판결은 피고인이 자백을 하다 보니 법적 다툼이 없어 법원에서 사실상 검토를 하지 않았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에는 너무 많은 허점이 보이고 유죄라고 결론을 내려놓고 꿰맞추기 위한 논리 전개를 했다는 느낌이 확연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에서 유무죄가 다퉈지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의 자의적 수사와 검찰의 기소가 남발될 우려가 높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원청의 안전 조치 이행 범위를 확대해석해 혼란을 키웠다고도 지적했다. 고용노동청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하청 업체가 해야 할 안전 조치를 원청의 의무로 잘못 이해해 기소했고 법리 다툼 없이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예컨대 1호 사건의 공소사실에 언급된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대 지급 의무는 원청이 아닌 하청 업체 사업주에게 있지만 수사기관은 원청이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했다. 원청 대표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사업장 전체에 적용하는 업무 매뉴얼을 작성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피고인의 자백으로 공소사실이 그대로 인정될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 위주의 무거운 처벌이 내려지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법 위반 사항과 사망 사고와의 인과 관계가 어떻게 인정될 수 있는지 논란이 많았는데 1·2호 판결은 자백으로 법원이 정밀한 논증 없이 인과 관계를 쉽게 인정했다”며 “추후 인과 관계를 적극적으로 다투는 사건에서 법원 판결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재판이 예정된 12건(삼표산업 제외)이 모두 중소기업과 중소 건설 업체에 해당한다며 안전 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법 적용 시기를 추가 유예하는 등의 조처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과도한 처벌 규정에도 이번 판결은 인과 관계 입증에 대한 철저한 법리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며 “안전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 중한 처벌이 부과되지 않도록 법 적용 시기를 추가로 유예하는 등 정부가 하루빨리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창욱 기자 woog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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