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법주가 '우리 청주'?"…尹 만찬주에 전통주 업계 '부글부글'

남궁민관 2023. 5. 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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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만찬주로 '경주법주 초특선'을 선택한 것을 두고 전통주 업계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통상 정상회담 만찬주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술을 내놓는데 대통령실에서 '우리 청주'라고 소개한 경주법주 초특선은 일본 방식으로 제조한 술로 사실상 '우리 전통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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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 만찬주 두고 업계 비판 고조
현행법상 청주 사실상 일본 제조 방식…"전통주 아냐"
대통령실 '우리 청주'·'천년고도의 명주' 설명 두고도
"제조법 다르고 경주 전통주도 아냐" 지적 잇따라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만찬주로 ‘경주법주 초특선’을 선택한 것을 두고 전통주 업계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통상 정상회담 만찬주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술을 내놓는데 대통령실에서 ‘우리 청주’라고 소개한 경주법주 초특선은 일본 방식으로 제조한 술로 사실상 ‘우리 전통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가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 만찬주 경주법주 초특선을 선택한 이유로 “쌀 표면을 79%까지 깎아내어 더욱 깨끗하고 부드러우며, 우리 청주 가운데 최고로 손꼽히는 천년고도의 명주”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전통주 업계에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모양새다.

우선 정상회담시 만찬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주를 선보이지만 청주인 경주법주 초특선은 이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으로 규정한 청주 대부분이 사실상 일본의 사케 제조 방식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세법 시행령에는 ‘청주를 제조하는 경우 쌀의 합계중량을 기준으로 누룩을 100분의 1 미만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밀누룩을 원료로 하는 전통 청주는 현행법상 청주가 아닌 ‘약주’로 정의된다. 현행법상 청주인 경주법주 초특선은 일본 사케를 제조할 때 주로 활용하는 ‘입국(흩임누룩·쌀알에 누룩 곰팡이를 접종해 만든 가루누룩)’을 사용해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EBS 세계테마기행 PD 출신이자 ‘우리술 익스프레스’ 저자 탁재형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현재 국내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주세법상 청주’는 좀 거칠게 말해 모두 일본식 술”이라고 꼬집은 뒤 “도정률로 술의 좋고 나쁨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일본 술이라는 이야기”라며 만찬주로 경주법주 초특선을 선택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총리와의 만찬인만큼 일본식으로 제조한 청주를 만찬주로 올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실의 설명 자체가 전통주에 대한 몰이해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주법주 초특선이 맛있는 술이기는 하지만 ‘우리 청주’라고 하기는 어렵다. 일본 청주 제조법에 따라 빚은 술”이라며 “일본 청주 제조법을 따라 빚은 술이라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를 굳이 엉뚱한 설명과 함께 만찬에 내놓아야 했는지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응답하라 우리술’의 저자 김승호씨 역시 “경주법주 초특선은 우리 쌀로 빚었고 일본주와 비교해서 뒤쳐지지 않는 정말 좋은 술”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술은 우리 청주와는 다른 제조법을 사용했으며 심지어 이름으로 경주를 사용한 것일뿐 경주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꼬집었다. ‘우리 청주’도 아닐뿐더러 ‘천년고도의 명주’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통주 업계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주세법에 일본식 청주 등이 청주로 분류되고 우리 술은 맑은 술을 뜻하는 ‘청주’라는 고유의 이름을 빼앗기고 약주로 분류됐다. 이런 배경을 간과한 채 경주법주 초특선을 우리 전통주인 것처럼 설명해 업계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며 “약주와 증류식 소주 등 좋은 전통주들이 많은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남궁민관 (kungg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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