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관련국이 잘못된 길 가는 일 없기를”···관영매체 “한·일, 미 압박 속 깨지기 쉬운 화해”

이종섭 기자 2023. 5. 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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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셔틀 외교’ 형식으로 이뤄진 기사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서울 답방과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의한 깨지기 쉬운 화해”라는 반응을 내놨다. 한·일간 밀착 움직임 등으로 인해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복원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8일 “한·일 정상이 두 달도 안 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진 것에 대해 중국 분석가들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은 중국 봉쇄라는 미국의 전략적 요구에 부응하는 지역의 블록 대결을 추동하기 위해 미·일에 친화적인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시간의 창’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한·일간 화해는 취약하고 지속 불가능한 것이며 윤 정부와 보수 진영이 한국에서 힘을 잃는 순간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보도했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현재 한·일 관계를 ‘기묘한 침실의 파트너’로 비유했다. 그는 글로벌타임스에 “한·일은 이해와 압력에 의해 잠자리를 함께 하지만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에 결코 진지하게 협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셴둥(韓獻東) 중국 정법대 교수도 “현재 한·일의 가까운 관계는 양국 우파 정당이 공유하는 이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다시 말해 일본은 친일 우파에게 우호적인 것이지 모든 한국인에게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현재 한·일 관계를 ‘불안한 동거’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한·미·일 동맹 강화 움직임과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이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 매체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은 동아시아 3개국이 회담을 재개하고 지역 통합을 촉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 블록 대결을 추진하려는 미국의 행동이 이 지역의 통합 분위기를 심각하게 망쳐놨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일본과 한국 모두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있어 중국에 도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며 “일본과 한국이 도발적인 발언을 정정·해명하거나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기 전에 3자 회담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이후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중국이 이번 한·미, 한·일 연쇄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입장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중·일 정상회에 대해 “중국, 일본, 한국은 서로 가까운 이웃”이라며 “양자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3자 협력의 안정적이고 건전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왕 대변인은 또 한·일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일본의 ‘워싱턴 선언’ 동참 가능성에 대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핵 비확산 체제를 파괴하며 타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며 “관련국이 잘못된 길을 더 멀리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전날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선언은 일단 한국과 미국의 양자간 베이스로 합의된 내용이지만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왕 대변인은 한·일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한국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한 전문가 사찰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해양 방류 이외의 모든 가능한 선택 방안을 토론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어떤 양자 간 교류와 고찰도 실질적 의미가 없고 오직 일본 측에 의해 오염수 해양 발류 추진을 위한 명분으로 여겨질 뿐”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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