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최초 칸 각본상 ‘몸값’ 전우성 감독 “뤼미에르 기립박수 벅찬 여운”[SS인터뷰]
[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한국 드라마 최초로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장편 경쟁 부문 각본상(Best Screenplay)을 수상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의 제작진이 금의환향했다.
지난달 19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시리즈에서 ‘몸값’은 각본상 이외에도 베스트 시리즈상, 음악상, 각본상, 배우상 등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전세계 9개 작품과 경쟁했다. 한국 드라마 최초 각본상 수상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둔 ‘몸값’팀을 지난 4일 만났다.
국내 OTT 티빙으로 공개된 ‘몸값’은 동명의 14분 분량 단편 영화(연출 이충현)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로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는 재난 상황을 덧붙여 세계관을 확장한 6부작 스릴러 드라마다. 배우 진선규, 전종서, 장률, 박형수, 이주영 등이 출연했다.
이틀전 귀국해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는 전우성 감독은 “상을 받았을 때 얼떨떨하고 신기했다. 작업했던 배우, 스태프, 작가 모두 잘 해주셔서 이런 상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작가님 두 분이 같이 없었던 게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배우 분들은 일정이 빡빡해서 먼저 돌아갔다. 저는 수상을 예상 못했다. 막상 이름이 불리니 너무 놀라서 최대한 침착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미션이었다”면서 “수상 직후 어떤 구체적인 얘기보다 서로 축하하는 얘기들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시상식에 함께하지 못했던 곽재민 작가는 “그때 강아지 산책 중이었는데 배변을 치우다가 수상 소식을 들었다. 너무 잘됐다 싶었다. 물론 현장에 갔다면 더 행복했겠지만, 어디있느냐가 중요하겠나. 어쨌든 좋은 상을 받았으니까”라고 기쁨을 드러냈다.
이어 “너무 영광이고, ‘칸 시리즈 어워즈’에서 최초로 각본상을 받아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다 같이 받은 상이라 생각해서 만들어주신 분들한테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병윤 작가 역시 “저는 라면먹다가 ‘뭐지?’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칸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 되면서 ‘몸값’은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뤼미에르 대극장은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영화제의 경쟁 부문 및 주요 부문 초청작을 상영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전우성 감독은 “사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기쁘고 감사했다. 극장 상영 자체가 쉽지 않은데 유명하고 유서깊은 뤼미에르 극장에 선 자체가 감사하고 벅찬 순간이었다. 글이나 기사에서 봤던 기립박수도 직접 마주하니 ‘정말 이런 거구나’ 신기한 느낌이 있었다”고 여운을 전했다.
원작을 연출한 이충현 감독과 ‘몸값’ 출연 배우들의 반응도 전했다. 전우성 감독은 “이충현 감독이 너무 좋아하더라. 너무 축하한다. 너무 기쁘다는 반응이었다.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담소를 나눈다. 출연 배우 분들도 너무 기뻐해주셨고 좋아해주셨다. 수상하고는 단체 대화방이 난리가 났다. 기쁘고 감사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전우성 감독은 원테이크 촬영 비하인드도 전했다. 원테이크 촬영 기법은 카메라를 끊지 않고 한 번에 찍은 영상으로, 배우와 스태프 입장에서는 힘든 작업이지만 관객들에게 한층 실감나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원테이크 촬영은 한 회당 40분을 넘지 않는 ‘몸값’을 보다 급박하고 긴장감 있게 만들었다.
전우성 감독은 “원테이크는 단편에서도 정말 큰 장점 중 하나였다. ‘몸값’을 함께 하기로 했을 때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원테이크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진이 일어난 후 악인들이 위아래로 오르내리고 미로같은 층층을 헤쳐나가며 일어나는 일들을 원테이크로 담아내는 게 더 흥미롭겠다는 생각으로 구상했다”고 밝혔다.
전우성 감독은 “작업하면서 인물들 주변을 카메라가 떠나지 않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자의적으로 카메라가 이어가는 식의 움직임을 배제하고 인물들의 감정과 동선을 따라가려고 했다. 대본 단계에서부터 카메라가 따라가는 속도를 어느 정도 상상해야 해서 제한을 두고 아이디어 짜내며 작업했다”고 작업 과정을 밝혔다.
이런 촬영기법은 각본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곽재민 작가는 “다른 영화는 컷을 끊고 다음 공간으로 넘어가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저희는 쓸 때부터 끊기지 않고 쭉 따라갈수있게 써야한다. 동선을 지정하고 공간을 설정하고 상황이 나오는 타이밍을 한 호흡에 해야하다보니 이 다음에 어떻게 해야 더 말이 되고 재밌을지, 원테이크로 봤을때도 어떻게 써야 더 괜찮고 이질감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전우성 감독은 ‘몸값’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묻자 “오락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이 1순위였지만, 개인적으로 글을 쓰거나 작업하다 보면 은유적인 부분이나 메타포를 넣으며 작업하게 되더라. (지진 난) 건물 자체가 ‘악한 자본주의’로 은유됐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몸값’이 거짓말, 돈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나.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에 살면서 본인들의 모습에서 이런 모습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바람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즌2 제작 여부와 콘크리트 유니버스 합류 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몸값’은 ‘D.P’ ‘지옥’ 등 히트작을 선보여온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제작한 작품이다. 클라이맥스는 대지진으로 고립된 학교의 이야기를 다룬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 시리즈를 기반으로 일명 ‘콘크리트 유니버스’를 선보이고 있다.
기획 초기 콘크리트 유니버스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영화) △황야(영화) △콘크리트 마켓(OTT 드라마) △유쾌한 왕따(드라마) 등 네 작품으로 구성됐지만 지진을 소재로 한 ‘몸값’ 공개 이후 “세계관이 확장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전우성 감독은 “관객 분들이 기다려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확정된 게 없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시즌2가 제작된다면 ‘원테이크’ 형식을 가져갈 것”이라며 “콘크리트 유니버스에는 합류하지 않는다. 새로운 버라이어티가 있는 시즌2를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몸값’은 올여름 OTT플랫폼 파라마운트+를 통해 전세계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전 감독은 예비 시청자들에게 “배우들의 뜨거운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예측할 수 없는 재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곽 작가는 “진입 장벽이 있을 수 있는데 조금의 불편함만 넘어서면 굉장히 재미있는 새로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최 작가는 “약간의 취향을 타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취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혔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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