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라도 먼저 갚으세요”…증권사, 깡통 CFD 미수금 분할 납부 제안

사실상 ‘빚투’인 CFD 탓에 원금 날리고 빚까지 갚아야 하는 투자자 속출
CFD 투자자 소송 대리 법무법인 대건 추산 1000억원 규모…키움·하나, 고객에게 분할 상환 제안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 창구에서 시작된 폭락으로 차액결제거래(CFD) 깡통 계좌가 속출하자, 복수의 증권사들이 계좌주(투자자)에게 분할 상환을 제안하고 있다. 투자자가 CFD 투자로 인한 손실을 갚지 않으면 증권사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떠안는 이유에서다.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떼인 돈을 1원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분할 상환 외에도 상환 유예, 이자 감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뉴스1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최근 CFD 투자로 막대한 빚을 진 투자자들에게 일부 금액만 상환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분할 납부를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날 기준 860명이 모인 CFD 투자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한 투자자는 “(키움증권에서 미수채권의) 15%를 입금하면 12개월로 나눠서 변제할 수 있게 해준다더라”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이번 투자로 원금 이상의 빚을 진 이유는 CFD가 레버리지 투자이기 때문이다. CFD는 증권사를 통해 가진 돈의 최대 2.5배만큼 빚을 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4억원으로 10억원어치의 주식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상승장에서는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SG증권 사태처럼 연일 하한가를 기록해 주가가 70% 빠졌다고 가정하면, 투자자는 원금 4억원을 몽땅 날릴 뿐 아니라 증권사에 3억원을 갚아야 한다. CFD 투자자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건의 추산에 따르면 투자자 50여 명이 증권사에 갚아야 할 금액은 1000억원 이상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고객을 최대한 배려하는 차원에서) 미수채권이 큰 고객에 대해 분할 납부를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제안을 하는 투자자의 투자 금액 등 기준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증권 역시 개별 투자자와 납입 절차를 협의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투자자의 상황에 따라 분할 납입, 일정 기간 상환 유예, 이자 감면 등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키움증권과 하나증권 모두 분할 납부하면 분할에 따른 추가 이자가 붙는다. 국내 증권사의 CFD 연체에 따른 연이자는 9.7~14.0%다. 위 사례에 최고 이율(14%)을 가정했을 경우 매달 갚아야 할 이자만 350만원이다.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분할 납부를 제시하는 이유는 이들이 돈을 갚지 않으면 증권사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투자자에게 떼인 돈을 받아내 손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교보증권은 미수채권 규모가 크지 않아 투자자에게 일시 납부를 안내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부동산 자산을 팔아 빚을 변제하고 있지만, 전 재산을 날린 투자자들은 이마저도 어렵다. 이 때문에 대건은 지난 3일 금융위원회에 CFD 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 대한 증권사의 채권 추심을 3개월간 유예하고 해당 기간 이자를 면제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 표기된 대상 증권사는 교보·키움·메리츠·하나·유진투자·DB금융투자·한국투자·삼성·신한투자·NH투자·유안타·KB·SK증권이다.

대건은 진정서에서 “명의자의 동의 없는 레버리지 거래를 하거나 일반주식계좌에서 미수금채무를 발생시키는 과정에서 각 증권사가 실제 유선상 확인 절차를 거치고 위험 고지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채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에 일부 책임이 있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추심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도 부연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교보증권, 키움증권은 차례로 CFD 신규 계좌 개설을 중단했다. 이들 증권사는 중단 이유에 대해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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