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급증…서울·경기·부산 이어 전국 4위
(시사저널=지종간 영남본부 기자)
경남 진주에서 캣맘으로 불리는 주부 김씨는 오래전부터 해오던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중단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기에 배가 고파 그런가 보다 하고 측은한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점차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이웃들로부터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밤중 울음소리 등 민원이 늘어 나다 보니 길고양이를 더 이상 보살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길고양이 관련 이웃의 불편한 시선과 민원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재래시장이나 식당 주변 그리고 골목길 주택가 등지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요즈음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례적으로 대학 캠퍼스에서도 길고양이 문제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상국립대학교의 경우 늘어나는 길고양이 대책으로 최근 캠퍼스 내 음식물 주기 금지와 관련 시설물 철거 계획을 세웠다가 동물보호단체와 대학 구성원들로부터 '동물 학대 행위'라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길고양이 개체수의 증가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우선 고양이는 번식률이 아주 높은 동물이다.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고양이는 교미 후 두 달여(65일)만에 새끼를 낳는데, 적게는 3마리 많게는 7마리까지 낳는다. 또 천적이 거의 없어진 것도 개체수 증가의 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제 도심지는 길고양이들로 넘쳐나 개체수 줄이기가 급선무로 떠 올랐다.
이에 대한 일선 시ㆍ군의 처방이 TNR(Trap Neuter Return) 사업이다. 포획한 길고양이를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 다시 자연으로 방사하는 방식이다. 개체수는 줄이되 학대받지 않고 자연스레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동물보호단체가 이 사업에 협조한 이유다.
경남의 경우 2021년 3억100만원의 예산으로 2010마리에 대해 TNR을 했으나 올해의 경우 7040마리로 늘어났고, 예산도 14억 800만 원으로 증액됐다. 이는 서울, 경기, 부산에 이어 전국 4위 규모다. 도(道)단위로는 두 번째로 수술이 많이 이뤄지는 광역 지자체다.
하지만 TNR 사업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사단법인 '동물사랑연대고사모'에 따르면 길고양이는 무리 지어 군집 생활을 하는 동물이어서 집중 포획으로 TNR이 이뤄져야 개체수 번식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산발적 포획으로 사업이 진행돼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개체수가 증가한다. 이는 길고양이의 생태적 특성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길고양이 포획을 위한 지원도 혼선을 빚고 있다. 길고양이 한 마리 TNR 비용으로 동물병원은 대략 15만 원에서 20만 원을 해당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다. 여기에는 포획(Trap), 중성화 수술(Neuter), 방사(Return)에 따른 비용이 포함 돼야 하는데 지자체마다 일관성이 없다.
진주시 등 경남의 일부 지자체는 TNR 예산을 수의사협회와 약정한 수술비용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포획과 방사는 동물보호단체나 캣맘들의 자발적 활동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단법인 '동물사랑연대고사모' 김석수 이사장은 "길고양이 관련 민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현재로선 개체수를 줄여나가는 게 최선이다 보니 TNR를 위한 포획, 구조, 방사 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TNR 또한 동물복지와는 동떨어진 행위여서 논란은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는 대책"이라며 아쉬워 했다.
또 다른 동물보호단체나 전문가들도 중성화 이후 정기적인 개체수 증감 추이를 조사해 TNR을 탄력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민원 발생만을 이유로 무분별한 '개체수 줄이기'에 나선다면 자칫 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저런 논란 속에 '길고양이 개체수 줄이기 사업' TNR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경남의 7040마리 시술 계획은 국비 지원 기준이며 여기에 각 시ㆍ군의 자체 예산까지 합치면 1만 마리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진주시는 지난해보다 3배나 많은 올해 3000여 마리를 계획하고 있고, 창원시는 2300 마리를 목표치로 정해놓고 있다. 군 지역에서도 창녕군 1050 마리, 고성군 1760 마리 등 길고양이 중성화 계획은 도시 농촌 구분 없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계획이 감소한 일부 지자체의 경우도 "길고양이가 감소한 것은 아니고 관련 예산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단순한 개체 수 증가에서 출발한 길고양이 문제가 중성화 수술, 생태계 교란, 동물 복지, 예산을 망라하는 고차방정식이 됐다. 지자체의 해법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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