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도 더 나가”…고물가에 ‘가정의 달’은 근심의 달
외식 물가 29개월 연속 상승
놀이공원 일제히 입장료 올려
‘외식 최소화’ 고육지책도
맞벌이 부부인 직장인 선모(43)씨는 최근 필수 생활비를 제외한 5월 지출이 너무 커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대출 이자를 내기에도 바쁜데 양가 부모님께 어버이날 용돈을 드리고 두 자녀에게 주는 선물과 가족 외식·나들이 비용을 합치면 전부 2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선씨는 “챙겨야 하는 거니까 챙기지만 경기가 안 좋으니 가정의 달 행사들이 더 부담된다”고 말했다.
가정의 달인 5월 선물·외식·놀이공원 등의 체감물가가 모두 오르고 용돈 상한선까지 점차 높아지면서 가정 내 걱정이 늘어나고 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선물 비용이 늘어난 데다 석가탄신일이 대체공휴일이 되면서 연휴가 두 번이나 생겨 외식 및 여행비 부담도 큰 상황이다.
◇ 어버이날 용돈으로 평균 33만원 지출… 외식물가도 올라 부담 늘어
8일 롯데멤버스가 제공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상 성인의 어버이날 선물 예산은 평균 33만6000원으로 조사됐다. 결혼을 했다고 가정하면 양가 부모 용돈에 평균 67만원 가량이 든다고 가정할 수 있다. 어린이날 평균 선물 예산은 12만4800원으로 나타났다.
어버이날 용돈 기준은 체감상 물가상승과 연계되어 점점 오르는 모양새다. 맞벌이를 하는 직장인 이모(38)씨는 “기존에는 30만원씩 드렸었는데, 올해부터는 양가 부모님에게 40만원씩 드리기로 했다. 한꺼번에 80만원이 빠져나가 부담이 크지만 부모님들이 모두 기존 용돈이 적다는 눈치시라 올려 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어린이날에도 고물가로 선물 비용 부담이 늘었다. 유아동복 물가는 지난달에 1년 전보다 9.6%. 같은 기간 아동화 6.3%, 종이 문구 7.9%, 필기구는 10.2% 올랐다. 모두 최근 10년 새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가족 외식도 부담이다.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7.7%)은 1992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았는데 올해도 고물가 추세가 여전하다. 장장 29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7.6%를 기록했는데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17.1%)·피자(12.2%)·돈가스(9.9%) 물가가 급등했다.
◇나들이·여행 물가도 올라 ‘가정의 달’ 부담 커져
나들이나 여행 물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외식을 제외한 개인 서비스 지수도 한 달 전과 비교해 0.8% 상승했는데 특히 호텔숙박료(5.5%), 승용차임차료(5.0%), 국내단체여행비(4.4%), 운동경기관람료(2.5%) 등 여행·레저 관련 품목들이 2% 넘게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지난달 호텔숙박료는 13.5%나 훌쩍 뛰었다. 호텔숙박료는 지난해 7월 전년 동기 대비 13.5% 상승한 이후 같은해 9월과 올해 2월 등 두차례를 제외하고 매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콘도이용료 상승률도 3월 6.4%에서 4월 6.6%를 기록하며 상승폭이 커졌다. 휴양시설이용료(7.7%→8.3%), 여관숙박료(5.0%→6.1%)도 마찬가지다.
입장료 등 비용도 상승세다. 특히 5월 성수기를 앞두고 놀이공원은 일제히 입장료를 인상했다. 에버랜드는 지난 3월 성수기 성인 자유이용권 가격을 5만8000원에서 6만2000원, 어린이날을 포함한 극성수기 가격을 6만4000원에서 6만8000원(어린이 5만8000원)으로 각각 올렸다. 4인 가족 방문 시 입장권 가격만 20만원이 넘는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지난해 초 성인 기준 자유이용권 가격을 기존 5만9000원에서 6만2000원(어린이 4만7000원)으로 인상했다.
◇ 외식·여행 최소화 등 고육지책
상황이 이러니 외식 횟수를 줄이거나 행사를 최소화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여행지나 나들이 장소를 좀 더 저렴한 곳으로 고르기도 한다. 기념을 생략할 수는 없으니 지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가정의 달을 기념해 매년 온 가족이 제주도 친가를 방문하는 박모(38)씨는 올해 처음으로 혼자서 방문하기로 했다. 제주도 항공권 가격이 천정부지라서 4인 가족이 전부 가는 것이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박씨는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상반기에는 어버이날에 꼭 제주도에 가는데 이번엔 혼자 가서 부모님과 지내다 오기로 했다”면서 “온 가족이 다 가서 비용을 늘리는 것보다 그 돈으로 부모님께 맛있고 좋은 것을 대접하려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40)씨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각기 좋아하는 메뉴로 외식을 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어버이날 전주 주말에 맞춰서 부모님과 아이 모두와 함께 뷔페에 가는 것으로 대신했다”면서 “가정의 달 행사를 최소화해야 돈이 덜 들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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