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출신 지휘자 헤레베허 "긍정·희망의 정서 전할 것"

조재현 기자 2023. 5. 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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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에겐 분석적인 사고력과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죠. 음악원과 달리 대학에선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기에 정신 의학을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음악의 대가'로 꼽히는 벨기에 출신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76)가 자신이 창단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함께 6년 만에 내한해 17일 예술의전당, 20일 부천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지휘자가 되기 전 정신과 의사였던 헤레베허는 최근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의사의 삶은 근육을 단련하는 일과 같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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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악 대가' 헤레베허,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내한
모차르트 '주피터'·베토벤 '영웅' 등 연주
필리프 헤레베허. (크레디아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지휘자에겐 분석적인 사고력과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죠. 음악원과 달리 대학에선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기에 정신 의학을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음악의 대가'로 꼽히는 벨기에 출신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76)가 자신이 창단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함께 6년 만에 내한해 17일 예술의전당, 20일 부천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지휘자가 되기 전 정신과 의사였던 헤레베허는 최근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의사의 삶은 근육을 단련하는 일과 같았다"고 밝혔다. 음악가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의사가 된 후에도 음악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그는 고음악 거장인 아르농쿠르와 레온하르트를 스승으로 만나 본격적인 음악가의 길에 들어섰다.

"스무 살 때 나의 음악적 세계는 바흐의 시대에 속해 있었어요. 그런데 기숙사에서 아르농쿠르와 레온하르트가 지휘한 음반을 듣고 영감을 얻었죠. 레온하르트는 고음악, 그중에서도 특히 리듬에 있어서 매우 놀라운 감각을 지니고 있었어요. 아르농쿠르의 놀라운 점은 음악에 대한 수사적인 접근 방식인데, 그로부터 받은 영향도 매우 컸다고 생각합니다."

필리프 헤레베허. (크레디아 제공)

그래서일까. 헤레베허의 음악은 역동적이고 정밀하다. 뉴욕타임스는 "작품에 흡사 진단을 내리는 듯한 통찰력이 돋보인다"고 평하기도 했다.

헤레베허는 옛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기법으로 연주하는 고음악 전문 지휘자다. 그는 조화롭게 연주하고, 악보가 쓰인 그대로 연주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악보에 담긴 정신적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다른 견해를 가진 음악가들이 있으나 결국 오케스트라가 합심해 악보의 내면을 연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1991년 창단됐다. 시대 악기를 쓰면서 베토벤부터 브루크너까지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에도 주력한다.

헤레베허는 고음악의 목표는 명료성에 있다고 했다. 그는 "시대 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음악을 역사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일 뿐"이라며 "나와 동료들의 비전과 목표는 구시대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필리프 헤레베허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크레디아 제공)

이번 공연에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들려준다. 한국 관객들을 생각하며 선정한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헤레베허는 "이전 내한 공연에서 젊은 관객들이 보낸 열렬한 환호와 열정으로 공연장이 에너지로 가득 찼던 게 생생하다"고 했다.

"'주피터'와 '영웅'은 계몽주의 정신과 관련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둘 다 긍정과 희망의 정서를 담고 있죠. 고난과 시련을 딛고 얻은 '인간의 승리'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헤레베허는 각각의 곡에 설명을 더했다. '주피터'와 '영웅'은 사실상 같은 결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모두 대위법(둘 이상의 멜로디를 동시에 결합하는 작곡 기법)이 집약된 작품으로, 당시 작곡 양식의 한계를 초월한 곡으로도 평가받는다.

"'주피터'는 모차르트가 수많은 오페라를 작곡하며 발전시킨 극(Drama)에 대한 재능과 대위법에 대한 재능이 결합해 탄생한 작품입니다. '영웅'에서는 대위법 기법이 점점 더 발전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죠. 또한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으로 가는 길이 느껴지기도 해요."

그는 한국 관객들에게 음악을 통해 희망과 이상향을 선사하겠다고 했다. "음악과 예술은 현실과 별개의 존재이지만, 동시에 현실에서도 강하게 작용하죠. 음악은 현실의 삶, 그 위에 존재합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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