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전 CFD 점검한 금융당국…아쉬웠던 보완대책

서진욱 기자, 정혜윤 기자, 홍순빈 기자 2023. 5. 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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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중심에 있는 차액결제거래(CFD) 제도 개선에 착수한 가운데 앞선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 당시 CFD 급증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제기됐으나 증거금률 상향 정도가 이뤄졌고 유통주식수, 대주주 지분율 등을 반영하는 후속조치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CFD 투자가 활발한 해외 사례를 세밀하게 살펴보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CFD 개선' 착수한 금융당국… 수급착시·공시미비 고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뉴스1.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지난 2일부터 CFD 제도 개선에 착수, 구체적인 방안 논의를 진행 중이다.

CFD 제도 개선 작업은 지난달 24일부터 SG증권발 대규모 매도 물량으로 8종목(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선광, 삼천리, 서울가스, 선광,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진 지 8일 만에 시작됐다. 이들 기업은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 일당이 CFD 투자를 단행한 종목들이다.

CFD는 증거금을 내고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매매해 차익을 투자자에게 주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현행 증거금률은 40%로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할 수 있다. 전문투자자만 CFD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증권사들의 CFD 주문을 대행하는 방식 때문에 수급 착시 현상을 유발한다. 2021년 말 기준 증권사 11곳이 CFD 계좌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거래잔액은 5조4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실제 소유자와 다른 표기(개인 매수인데도 외국계 증권사 등 기관 표기)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 미포함 △종목별 매수잔량 등 공시 미비 △개인 전문투자자 비중 과다를 보완 필요사항으로 꼽았다. 이에 맞춰 개선책을 마련해 순차적으로 발표할 전망이다.

보완 필요사항에 근거하면 실제 거래주체 표기,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 포함, 종목별 매수잔량 등 공시 도입, 개인 진입 요건 상향 등 조치를 예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금융투자업 규정에 CFD 규제를 넣는 명문화 작업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英 CFD 리스크' 보고받았던 금감원, 거래소에서 안 잡힌 라덕연 일당
금감원 런던사무소가 지난해 12월 보고한 'CFD 위험성 안내 및 감독서신 주요 내용'. /사진=금감원.

금융당국이 꼽은 CFD의 제도적 미비점은 2019년 11월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 당시 지적됐던 문제들이다. 정부는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일환으로 전문투자자 요건을 △금융투자상품 잔고 5억원→5000만원 △재산가액 10억원 이상→5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 건수는 2019년 3330건에서 2021년 2만4365건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금감원은 요건 완화 직후인 2019년 12월 키움증권과 교보증권을 대상으로 CFD 영업행태, 거래방식, 중개수수료, 건전성 관리 등 현장 점검을 펼쳤다.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로 CFD 규모 확대가 예상되자 실질적인 거래구조 파악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CFD 유치 경쟁이 과열되자 2021년 10월 투자자 증거금률의 최저 한도를 10%에서 40%로 올렸다. CFD와 관련한 사실상 유일한 규제 강화 조치였다.

거래 급증에 따른 CFD 리스크는 금감원도 인지하고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런던사무소로부터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CFD 위험성 안내 및 감독서신 주요 내용' 보고를 받았다. 해당 보고에는 FCA가 CFD 투자자들에게 인가업체 여부 및 리스트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안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CFD 운영사들엔 CFD 리스크 요인들을 점검하고, 즉각적인 해결 조치를 취하라는 감독서신을 발송했다. 보고서는 "FCA는 CFD 업계가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음에도 상당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5월 금감원이 발간한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는 CFD 거래 규모의 지속적인 증가로 투자자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진단이 포함됐다.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의 '소와곰상'. /사진=뉴스1.


이번 시세조종 의혹은 한국거래소의 감시 시스템에 포착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2020년 11월 계좌 분석 방법, 회원사 심리자료 징구 방법 등 CFD 불공정거래 심리 매뉴얼을 마련했다. 당시 거래소는 '상장주식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적은 금액으로 시세를 변동시킬 수 있는 CFD 거래를 이용함'이라는 호주의 시세조종 사례를 제시했다. 유동주식 비중이 적은 종목들을 활용한 이번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유사하다.

거래소는 이때부터 불공정거래 심리 과정에서 CFD 활용 여부를 주요하게 들여다봤다. 거래소 감시 시스템에 CFD를 동원한 불공정거래가 포착된 경우는 없었다. 이번 사건은 거래소 통보가 아닌 금융위가 받은 제보에 따라 수사가 시작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CFD 심리의 전제는 시장 감시 단계에서 시세조종 정황이나 제보가 포착돼야 한다"며 "주식뿐 아니라 CFD 계좌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심리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시세조종 혐의가 입증된다면 금융위 제보가 이뤄질 때까지 2~3년 동안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며 "단기간 시세 급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CFD를 활용한 불공정거래를 포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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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sjw@mt.co.kr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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