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울면서 날 걷어차"…소아과 전문의가 본 '폐과' 3가지 이유

류원혜 기자 2023. 5. 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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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전문의들이 최근 폐과를 선언한 가운데 해당 진료 과목 의사라고 밝힌 이가 고충을 쏟아냈다.

앞서 지난 3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저출생 △낮은 수가 △코로나19로 인한 진료량 급감 등을 이유로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며 '폐과'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만성질환, 미용, 비만, 통증 클리닉 등 다른 진료 과목으로 전환하길 원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에 대한 지원 작업도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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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전문의들이 최근 폐과를 선언한 가운데 해당 진료 과목 의사라고 밝힌 이가 고충을 쏟아냈다.

지난 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소아과 전문의야. 넋두리 한 번만 해도 될까?'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30대 소청과 전문의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최근 소아청소년과 문 여는 시간에 맞춰 환자들이 대기하는 '오픈런'(Open-Run) 현상 등을 언급하며 의사들이 소청과를 기피하는 이유를 나열했다.

A씨는 첫 번째로 기본 진료비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루 100~150명을 진료해도 한 명당 받을 수 있는 돈이 너무 적다. 소아나 성인이나 기본 진료비(수가)는 같지만, 성인들은 검사가 많이 붙어서 진료비만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과 의사들과 비교하면 회의감이 많이 든다. 소청과 선택한 내가 죄인일 정도"라며 "누가 칼 들고 소청과 가라고 협박한 건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서 선택했다. 하지만 눈앞에 좀 더 쉬운 길이 있지 않냐"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껌 100개 팔아서 마진 1만원 남기느니, 비싼 거 10개 팔고 같은 마진을 남기는 방향으로 의사들이 직종 변경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단가 높은 비급여 진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소아 진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A씨는 "소아는 성인과 달리 아픔을 잘 표현할 수 없다. 소아과 의사는 제3자인 보호자와의 소통과 자세한 진찰을 통해 아이의 병을 파악해야 한다"며 "하지만 아이들은 의사를 무서워한다. 울면서 날 걷어찬다"고 호소했다.

이어 "4~5살 아이들은 힘도 세다. 아이들은 죄가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내 체력은 닳는다. 가끔 중학생이 오면 너무 고맙다"며 "똑같은 4분 진료여도 성인 15명보다 소아 15명이 훨씬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마지막으로는 아이 보호자의 태도를 꼬집었다. A씨는 "자기 자식 귀한 건 알지만, 병원에서 그릇된 부성애와 모성애가 자주 나타난다"며 "진료 과정에서 이상한 타이밍에 급발진하는 부모들을 다독이고 나면 다음 환자를 볼 때 너무 힘이 빠진다"고 털어놨다.

그는 "잘못된 부성애, 모성애와 맘카페 소문, 사실관계 확인 없는 감정적 공분까지 3박자면 몇 달 안에 (의사들) 밥줄이 끊어지는 걸 자주 봤다"며 자신도 열의를 많이 잃었다고 했다.

끝으로 "현재 전공을 살려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살 것 같다"며 "난 아이들이 예뻐서 이 일을 선택했다. 정부에서 잘 해결해 주면 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 부디 날 붙잡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3.29.

앞서 지난 3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저출생 △낮은 수가 △코로나19로 인한 진료량 급감 등을 이유로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며 '폐과'를 선언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8~2022년)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지만, 폐업한 동네 병원은 662곳이다.

이에 따라 만성질환, 미용, 비만, 통증 클리닉 등 다른 진료 과목으로 전환하길 원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에 대한 지원 작업도 본격화됐다.

의사회는 지난달 28일 회원들을 대상으로 일반 진료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사전교육 성격의 총론 강좌 참여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 6일 만에 521명이 신청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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