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형 전기차, 앞다퉈 시장 진출 준비
각국 전기차 보조금이 단계적으로 축소되거나 폐지되면서 값싼 경·소형 전기차가 주목받고 있다. 경·소형 전기차는 공간의 제약으로 배터리 용량이 작아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기아는 올해 2차 부분변경 신형 레이의 전기차(EV) 버전을 출시한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아니라 미국 자동차 부품사 보그워너가 개발한 A세그먼트용 iDM(통합구동모듈)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모듈은 현대차그룹이 개발하는 모든 경형 전기차에 사용될 예정이다.
현대차도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을 내년에 내놓는다.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올해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라인을 조정한다. 캐스퍼 전기차 역시 보그워너 IDM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차 시장은 2012년 연간 20만대 판매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내림세를 탔다. 특히 2020년 9만8742대, 2021년 9만6842대로 2년 연속 10만대를 하회하다 지난해 13만4294대로 반등에 성공했다. 현대차 캐스퍼, 기아의 모닝과 레이 등이 시장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끈 덕분이다.
여기에 전기차의 가세로 시장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크기의 전기차를 원하는 시장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형 전기차에 대한 요구 역시 증가하는 추세”라며 “예전부터 내연기관차 기반의 작은 전기차를 만들어왔던 현대차그룹이 높아진 개발력을 토대로 경쟁력 있는 경형 전기차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계 전기차 선두권인 테슬라는 물론, GM이나 도요타 등도 작은 전기차에 관심을 두고 있다. 테슬라는 ‘반값 전기차’라는 화두를 업계에 던지면서 모델 2(가칭)라는 작은 전기차 개발을 시사하기도 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볼트 EV의 단종을 최근 알리면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전기차 개발에 나섰다고 전했다.
도요타는 2025년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전략을 가동하는데, 이에 앞서 비야디(BYD)와 협업해 만든 bZ3라는 소형 전기차를 선보였다. 완충 시 주행거리가 중국 기준으로 600㎞ 이상인 bZ3는 가격이 3500만원부터 시작해 저렴한 축에 속한다.
완성차 업체들이 작은 전기차에 주목하는 배경으로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완전 폐지해 향후 가격이 저렴한 작은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아가 가동 중인 SV 프로젝트 역시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기아 SV는 향후 EV3라는 이름으로 불릴 가능성이 큰 소형 전기차다.
중국 업체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지리(吉利)자동차가 선보인 슝마오(판다) 미니는 740만~1000만원대의 경형 전기차로, 200㎞ 주행거리에 급속 충전 기능을 탑재했다. 앞서 판매를 시작한 상하이자동차(SAIC)와 우링(五菱)자동차, GM 합작사인 SAIC-GM우링차(SGMW)의 훙광(宏光) 미니는 주행거리가 최근 전기차의 4분의 1 수준인 120㎞에 불과하지만, 610만원이라는 기본가격을 무기로 2021년 중국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고, 지난해에도 42만대의 판매고로 시장 2위를 차지했다.
중국 전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는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수소차)에서 경차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신에너지차 시장에서 경차 비중은 2019년 17.17%에서 2021년 29.8%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109만400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21.5% 성장했다.
이런 비중 확대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적극적인 행보 때문이다. 둥펑(东风)자동차 펑광 미니, 체리(奇瑞)자동차의 QQ빙치린, 창안(长安)자동차의 루민, 상하이자동차의 클레버 등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PCA에 따르면 지난해 신에너지차 판매량 상위권에는 훙광 미니와 QQ빙치린, 체리 eQ(이큐), 창안 번번과 루민 등이 포함되기도 했다.
경형 전기차에 자신감을 보이는 중국 업체들은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노리는 중이다. 한국 시장의 문도 두드린다. 국내에서 보조금을 포함하면 1000만원대로 구입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중국 전기차 수입 업체인 EVKMC(이브이케이엠씨)는 장링(江铃)자동차와 체리자동차의 전기차 4종을 들여온다. 장링 EV3는 소형 해치백으로 현대차 캐스퍼보다 약간 큰 차다. 완충 시 최대 302㎞(중국 기준)를 달린다. 체리 eQ1과 eQ1 프로는 기아 모닝과 동급, QQ는 이보다 크기가 약간 크다. 4종 모두 현재 국내 인증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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