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경제6단체장 만나 “정치가 풀려야 기업 활동폭 넓어질 것”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을 비롯한 경제단체장과 주요 내빈들이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한국 경제인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05.08 전경련 제공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경제 6단체장과 약 45분간 ‘한국 경제인과의 간담회’를 갖고, 한일 경제 협력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 경제인들은 “반도체·배터리·에너지 등 미래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협력하자”는 뜻을 전했으며, 기시다 총리가 적극 호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경제인들은 이날 배터리 핵심 광물이나 희토류 같은 전략물자 공급망 구축에 협력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은 이 자리에서 “두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양국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수립됐다”며 “배터리 핵심 광물 등 해외 자원 공동 개발, 희토류 같은 핵심 전략 물자의 공급망 협력을 하고, 수소 등 에너지 신기술 개발이나 생산·공급 협력 혹은 제3국 공동 진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무협이 이날 밝혔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비공개 만남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이제 계기가 마련됐으니 앞으로 정부와 기업이 서로 노력하자고 했다”며 “양국이 함께 제3국 진출을 위해 협력하고, 희귀 광물자원이나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화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경제안보 문제, 공급망 확보 문제 관련 한일 교류를 활발히 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서 나가야된다는 것에 공감했다”며 “우리도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서 한국 조사단, 시찰단이 가는 것에 흔쾌히 동의해줘서 감사하다는 표명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리가 온화하고 협력적으로 말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한일관계가 잘될 것 같다”며 “기시다 총리는 ‘(양국) 기업이 많이 나서서 협력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먼저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국내 중소기업과 일본 중소기업 간 원만한 거래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원천 기술은 일본이 앞서기 때문에 부품과 소재를 납품받아 완성품을 대기업, 외국에 납품·수출한다면 서로의 이익에 효과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기자들에게 “(한일) 경제협력에 대해 모든 경제단체가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건의도 했다. 경제 협력과 서플라이체인(공급망) 관련 전체적인 이야기를 나눴다”며 “기시다 총리님께서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을 비롯한 경제단체장과 주요 내빈들이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한국 경제인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5.08 /전경련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회장은 “(기시다 총리가) ‘정치적으로 좀 풀어야 양국 기업들이 활동하는 폭이 넓어질 것이고, 그런 낭비 요소를 서로 줄이고 상호 호혜적인 관계에서 나아질 수도 있지 않겠나’라는 말씀을 하시는 거 보니까 윤 대통령이나 총리님이나 같은 곳을 바라보고 계신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오늘 회의에 참석한 경제단체장들의 공통적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는 감정적으로보다 이성적으로 풀어가야 되지 않겠냐라는 생각을 많이하고, 그런 내용을 별도로 총리님한테 편지를 하나 적어서 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덧붙였다.

주한일본대사관측은 이날 “기시다 총리는 경제계가 항상 양국경제관계의 잠재력을 신뢰하며 일한산업간 협력을 끊임없이 전진시켜 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일한관계에 있어서의 큰 공헌에 대하여 다시 한번 경의와 감사를 표했다”며 “아울러, 향후 일한경제관계 발전에 있어 기탄 없는 기대와 의견을 듣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이 자리는 기시다 총리측(주한일본대사관)이 주관한 것으로 총리가 나서서 강한 경협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며 “정부가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일본 기업들이 우리와 본격적인 교류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