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역전세 '경고등'…전세제도 개선 목소리 커진다
서울 빌라·아파트 전세거래 줄고 가격 내려
'역전세난' 경고에 "전셋값 내려야" 분석도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빌라(다세대·연립)뿐만 아니라 아파트 전세시장에도 '역전세난' 경고등이 켜졌다.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문제로 전세 수요가 급감하면서 전세가는 갈수록 하락세다. 기존 계약가보다 전세 시세가 낮아지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도 커져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6만9444건 가운데 전세 거래는 4만125건으로, 전체의 57.8%를 차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 1분기 이래 역대 최저치다. 반대로 월세를 낀 거래는 전체 거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역대 최대치로 집계됐다.
서울 빌라 전세거래 비중도 최저치다. 같은 기간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3만22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세 거래량은 1만6179건으로 전체 거래의 53.5% 비중을 차지하며 가장 적은 수치를 나타냈다.
전세 수요가 급감하면서 빌라를 중심으로 확산하던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등에 대한 불안이 아파트까지 번졌고 역전세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전세시장 불안으로 월세가 안전하다는 인식의 확산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부담의 가중으로 전세계약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 수요가 줄면서 전셋값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3월 서울 빌라 평균 전세가격은 2억3443만 원으로 지난 2021년 6월 1억8484만 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전세가격도 유사한 추세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의 경우 3월 평균 5억1444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지난 2021년 6월 4억9834만 원 이래 최저 수준이다.
대도시 입지나 신축인 아파트인 경우 역전세난 우려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던 만큼 낙폭도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신축 아파트(준공 5년 이내)의 최고 전세가격이 2년 전보다 낮아진 거래 비중은 70.9%로 집계됐다. 이는 아파트 연식별 분류 기준 가장 높다. 또 대도시 입지인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하락 거래 비중이 73.8%로 비수도권 67.7%에 비해 높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수요가 많은 대도시나 주거 선호도가 높은 신축에서도 역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전세보증금 반환 지연에 따른 임대인과 임차인간 갈등은 물론 소송, 대출이자 등 비용 부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시장 불안이 이어지자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임대차 계약의 보증금이 높은 편으로, 전세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가 도래할 때마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며 "이에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보증금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증금을 주택가격의 70% 이하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중)은 66.6% 수준이다. 수도권은 59.7%, 지방이 72.9%로 집계됐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들이는 '갭투자'가 용이하다.
한국도시연구소는 '2022년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 본 주거정책의 과제' 보고서에서 "전세는 월세보다 실질 주거비가 낮고 주거사다리 역할을 한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전세대출로 인한 전세가격 증가가 '갭 투기'의 자양분이 됐다는 점도 고려해 대출보다는 주거비 직접 지원을, 전세임대주택 대신 월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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