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윤대통령, 한일관계 진전 속도 자찬···한국 비판 여론이 과제”
일본 매체들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방한과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정례적으로 방문하는 ‘셔틀 외교’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했다. 다만 한국에서 원하는 수준의 ‘반성과 사죄’가 나오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등 양국 간 풀어야할 과제가 남아있어 앞으로의 한·일 관계는 한국 여론의 지지에 달려있다고 짚었다.
요미우리신문은 8일 윤 대통령이 “셔틀 외교를 회복하는 데 12년이 걸렸지만 두 정상이 다시 만나는 데는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관계 개선의 진전 속도를 자찬했다고 전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현재 30% 안팎으로 부진한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질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고 했다. 특히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야당 등은 “한국이 일방적인 양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어 앞으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얼마나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았다고 진단했다.
진보 성향인 아사히신문도 윤 대통령이 “과거의 역사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의 협력을 향해 한 걸음도 내딛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강조했지만, 대일관계 개선이 정권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일본 전문가인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아사히에 “기시다 총리의 ‘마음이 아프다’는 발언은 한국 여론의 요구와 일본 우파에 대한 배려의 중간을 취한 것”이라면서 “한국 진보 지지층은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보수층으로부터는 일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강제동원 문제는 한국 정부의 해결책 발표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만큼 향후 피고 일본 기업이 반성과 사과의 마음을 표명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라며 “한일의 협력에는 이익이 있다고 양국의 사회가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마음 아프다’는 발언은 윤 대통령을 배려한 것”이라며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막판 표명을 모색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사과나 반성의 뜻을 내놓지는 않았고, 윤 대통령 또한 사과를 요구하지도 않았다면서 “오히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호소하고 싶었던 것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성과였다”고 해석했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산케이에 “(셔틀 외교 복원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실현되지 않았을 큰 진전”이라고 평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각계 각층 전문가들이 내린 평가와 남은 과제를 댓글 형식으로 소개했다. 우에노 야스야 미즈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일 양국 지도자는 각각 국내에 반대파를 안으면서도 건설적인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셔틀 외교 복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했다. 미네기시 히로시 니혼게이자이신문 편집위원은 “한국 언론들이 강제동원과 관련한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 총리 자신의 생각을 밝힌 점은 평가할만 하다고 전하면서도 한일 공동선언에 있는 ‘반성과 사죄’를 언급하지 않은 점을 냉정하게 비판했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한국의 관심이 높은 만큼 일본 측이 이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고 극복하는 문제가 향후 한일 관계 변화의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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