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兆 단위 피해 막아라"…제2의 '누누티비', 원천 차단 가능할까
기사내용 요약
콘텐츠 불법 유통 방지 토론회…누누티비 피해액 5조원 달해
누누티비가 쓴 'CDN' 우회 유통…기술 조치 의무화 법안 발의
광고 수익 주는 광고주 책임은?…"저작권 침해 인식 기준부터"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 등을 대량 불법 유통한 '누누티비'의 전례를 막기 위해서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제재 뿐만이 아니라 불법 유통의 통로를 제공하는 인터넷회선제공사업자(ISP)와 광고주에게도 일부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변재일·김윤덕 의원 주최로 열린 '방송영상물 불법 유통 방지 및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정책 및 제도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콘텐츠 불법 유통 방지를 위해 불법 사이트 운영자·ISP·광고주 등 3개 측면에 대한 규제 방안이 논의됐다.
올해 초 불거진 누누티비 논란 이후 국내 콘텐츠 산업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이 커진 만큼 유사 사례를 최대한 방지한다는 목표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누누티비가 폐쇄된 지난달까지 누누티비를 통해 불법 유통된 동영상 콘텐츠 조회수는 18억회를 상회했고, 피해액도 4조9000억원에 달했다. 월간 이용자 수 또한 1위 업체인 넷플릭스의 뒤를 잇는 1000만명 수준으로 추산됐다.
콘텐츠 불법 복제, 제재 수단 있지만 실효성은 '글쎄'…해외發 불법 유통 대응 속수무책
김 변호사에 따르면 누누티비에 앞서 콘텐츠 불법 유통의 대표 사례였던 불법링크사이트 운영 행위의 경우 저작권·전송권 침해 방조 행위로 인정됐는데, 권리자 측인 일부청구한 금액은 5억원에 달했음에도 법원이 실제로 인용한 금액은 7000만원에 그쳤다. 막대한 피해에도 보상 규모가 과소하다는 것도 불법침해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불법사이트 운영자가 해외 서버를 이용하기만 해도 추적 및 차단이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규제·수사 당국과 권리자 단체의 국제공조가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국제 공조에도 한계가 분명한 만큼 운영자 대상 제재 외에 불법 유통 행위 자체를 사전에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ISP 규제 통한 '접속 원천 차단' 필요…CDN의 불법 유통 차단 기술 의무화 법안 발의돼
불법 사이트 운영 근간은 '광고 수익'…광고주에도 저작권 침해 책임 물을 수 있나
현재는 국제관문망에 설치된 차단장치에 URL 등을 입력해 차단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누누티비처럼 해외 원본서버를 복제한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을 국내에 두고 이용하는 경우에는 유통을 완전히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이같은 문제로 인해 현재 변재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국내 CDN 사업자로 하여금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김 변호사는 "막연히 국내에서 CDN 업체를 규제하려고 할 경우 명확한 방법이 없다"며 "1차적으로 불법 정보 유통을 점검·차단할 수 있는 기술 조치를 의무화하는 건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에서는 CDN 업체는 물론 VPN(가상사설망) 업체를 포함한 ISP들을 대상으로도 불법 콘텐츠 유통에 책임이 있다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재판은 대부분 합의로 종결됐으나, 법원에서도 ISP가 불법 유통에 일부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됐다.
누누티비 같은 불법 사이트가 횡행하는 이유는 불법 콘텐츠 유통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은 뒤 홈페이지에 광고 배너를 넣어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광고 수익이 불법 사이트를 유지·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광고주에 대한 규제 조치도 필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불법 사이트에 게재되는 광고는 대부분 도박·성인물 등 불법광고이나, 대행업체를 통한 합법광고도 적지 않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의 '2022 저작권 침해이슈리포트'에 따르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게재된 광고 2025건 가운데 불법 광고는 1288건, 합법광고는 737건이었다.
다만 광고주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ISP보다 더 어렵다. 영국·미국 등의 사례를 봐도 직접 규제가 아니라 경찰·저작권자·광고주 등의 협력을 통해서 불법 사이트 내 광고 게재를 하지 않도록 장려하는 수준에 그친다. 미국에서는 SOPA(온라인 저작권 침해 금지법), PIPA(지적재산권 보호법) 등이 발의됐으나 불법 콘텐츠 유통 방지를 명분으로 검열을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에 입법이 무산된 바 있다.
이처럼 광고주들에게 직접 책임을 묻긴 어려우나, 광고주들이 저작권 침해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는 등 특정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방조범 등으로 규제의 대상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불법 사이트 광고 게재가 저작권 침해행위를 조장하고 용이하게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는 만큼 광고주 측이 기술적 중립성 만을 명분으로 책임을 무조건 부인할 수 없도록 침해 사실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부터 규제의 첫 단추를 꿰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내달 중 누누티비 관련 범부처 종합대책 발표…수익 창출 구조 깨는 근본 대책 만들어야"
김장호 과기정통부 방송진흥기획과 팀장은 "불법 사이트의 주 수익원이 광고인 만큼 불법 사이트와 광고를 동시에 차단해 망 비용 부담 가중과 수익원 차단이 모두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현재 인력으로는 다량의 불법 사이트 탐지가 사실상 불가한 만큼 AI 등을 통한 자동 탐지·채증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며 "ISP 차단 절차 간소화 등도 고민하고 있는데, 관계부처와 적극 협력해 신속 차단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영규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지금은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불법 콘텐츠를 어떻게 빨리 삭제할 지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결국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며 "수익을 만들어주는 구조들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만들어야 악순환을 깰 수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범부처 TF에서 이런 내용을 다 감안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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