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오를 대로 올랐다”…내 금리는 언제 내릴까?

조문희 기자 2023. 5. 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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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그대로인데 대출 금리는 올라
“금리 인하 기대는 금물”…보합세 유지 전망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전 세계를 휘감았던 기준금리 인상 레이스가 막을 내려가는 흐름이다. 한 때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까지 단행했던 각국 중앙은행들이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으로 인상 폭을 줄줄이 완화하면서다. 시장에선 이르면 연말께 기준금리가 동결을 넘어 인하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다만 금리에 실질적 영향을 받는 기존 차주들은 당장 이 같은 흐름을 체감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 미국의 긴축재정 완화 기조에 앞서 일찌감치 기준금리를 동결해온데다, 상당 기간 금리 인하보다는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서다. 또한 통상 시중 은행의 금리 인하 속도가 인상 속도보다 더디기 때문에 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를 소폭 인상하거나 동결하면서, 긴축 재정이 막을 내리고 있다는 반응이 팽배하다. ⓒ pixabay

제동 걸린 긴축 사이클…"기준금리 사실상 정점"

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의 평가사 평균 금리는 연 3.840%로, 전일 대비 0.058%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11일(연 3.835%)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은행채 3년물 역시 2일 3.830%, 3일 3.773%, 4일 3.726%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중순 이후 상승하던 은행채 금리가 다시 하락하는 흐름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사실상 정점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은 지난 3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결정했다. 당초 0.5%포인트 인상의 '빅스텝'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최근 일련의 미국 은행 위기 사태와 경기 침체 우려가 긴축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유럽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4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7월부터 7연속 금리를 올린 것이지만, 빅스텝에서 베이비스텝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아직 국가별 고물가 현상이 완전히 잡히진 않았지만, 추가 금리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이에 올해 하반기부터는 기준금리 동결에서 더 나아가 금리 인하 기조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 일찌감치 동결 기조를 보였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과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2연속 동결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에서도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1.75%포인트로 확대된 상황이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지면서 한은으로선 추가 인상을 결정할 특별한 유인이 없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르면 연말 혹은 내년 초에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 AP=연합뉴스

대폭 올리고 찔끔 내리고…"당분간 금리 유지 전망"

관건은 차주들이 이 같은 시장의 기대감을 언제부터 체감할 수 있는지 여부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오히려 시중은행 대출 금리는 소폭 상승한 상황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6개월 변동금리는 연 4.09~5.86%로 보름 전인 지난달 17일 4.18~5.741%보다 상단이 더 올라갔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역시 지난달 17일 3.64~5.82%에서 이달 4일 3.70~5.90%로 상승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1월(4.34%)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 2월 3.53%로 저점을 찍은 뒤 이후 0.03%포인트 반등했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은 올해 초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렸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를 할 여력이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변동금리 재산정 기간을 고려해보면, 오히려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 사례도 속출한다. 3월 신규 코픽스(3.56%)는 6개월 전인 지난해 9월 코픽스(3.40%)보다 0.16%포인트 높다. 이달 말 금리가 새로 산정되는 차주라면 기존보다 금리가 그만큼 오르게 되는 셈이다. 반대로 올해 2월부터 한은의 기준금리가 동결된 것을 복기하면, 상당수 차주들이 하반기 대출금리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금융권에선 섣부른 금리 인하 기대는 금물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당장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분명히 하면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FOMC 결정에 앞서 한 해외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금 시점에서 통화정책 전환(피벗)을 말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당분간 대출 금리는 보합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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