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농구 그만해라” 서럽고 힘든 시기 이겨낸 최성원, 첫 챔프전서 이 악물고 뛴 이유 [KBL 파이널]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3. 5. 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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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하고 말하고 싶었는데….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서울 SK는 지난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와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97-100으로 분패, 결국 시리즈 전적 3승 4패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통합우승을 차지한 KGC에 모든 영광이 돌아갔지만 SK 역시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었다. 그들 역시 KBL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패자’로서 당당히 코트를 떠날 자격이 있었다.

SK의 뜨거웠던 봄 농구. 김선형과 워니, 그리고 최부경의 활약 외 최성원의 신들린 3점슛 역시 큰 힘이 됐다. 사진=KBL 제공
SK는 6강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는 동안 김선형-자밀 워니, 그리고 허일영과 최부경 등 많은 선수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통합우승의 주역 최준용(부상)과 안영준(군복무)의 공백을 잘 채워준 ‘마네킹즈’ 최원혁, 최성원, 오재현의 가치도 빛났다.

특히 최성원은 챔피언결정전 내내 김선형, 워니를 지원 사격하는 역할을 100% 해냈다. 7경기 모두 출전, 평균 30분 56초 동안 11.3점 2.1리바운드 2.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점슛은 경기당 2.3개로 성공률은 무려 53.3%였다. 마치 ‘SK 버전’ 전성현이 있는 듯했다.

최성원은 8일 MK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후회 없는 시간이었다. 모두 잘했고 졌지만 후련하다”며 지난 여정을 돌아봤다.

2017 KBL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자인 최성원은 자신의 첫 플레이오프, 첫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했다. 2017-18시즌 SK가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코트나 벤치가 아닌 곳에서 지켜봤다. 이후 2019-20시즌부터 존재감을 드러내며 정규리그 1위에 일조했으나 코로나19 조기 종료, 2021-22시즌 통합우승 때는 상무에 있었다.

최성원은 “첫 플레이오프, 첫 챔피언결정전이었기에 사실 부담감이 있기는 했다. 많은 분이 첫봄 농구라는 것에 놀라곤 한다(웃음). 그동안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며 “어렸을 때부터 큰 경기를 많이 했다. 대학 시절에는 정기전이 있었다. 또 큰 경기, 많은 팬이 있는 곳에서 뛰는 건 자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떨리기는 했는데 경기를 하다 보니 점점 올라오더라. 지난 경험이 프로 선수로서 첫 플레이오프, 첫 챔피언결정전임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최성원은 7차전에서 3점슛 5개 포함 25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로 대활약했다. 3점슛 성공률은 무려 83%(5/6). SK가 KGC와의 난타전에서 흐름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전희철)감독님께서 따로 교체 사인을 주지 않을 테니 힘들면 나오라고 하셨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어서 계속 괜찮다며 뛰었다(웃음). 그렇게 하다 보니 45분을 모두 뛰었다”고 돌아봤다.

슈터 이상의 3점슛 감각을 뽐낸 것에 대해선 “플레이오프가 되면서 슈팅 성공률이 안정되는 걸 느꼈다.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고 잡으면 바로 던지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많이 던지고 많이 넣을 수 있었다. 사실 슈팅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자신 있다”고 웃음 지었다.

FA가 되는 최성원. 그가 바라는 건 바로 자신의 포지션을 찾는 것이다. 사진=KBL 제공
최성원은 챔피언결정전이 모두 끝난 후 SNS를 통해 “서러웠고 외로웠으면 지독했고 악착같았다”라는 문구를 남겼다. 그는 이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 대학 시절 정말 힘들게 운동했다. 한 번은 코치가 부모님에게 ‘잘하는 게 없다’며 운동을 그만해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 또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들로 스스로 그만두게 하려 했던 것도 적지 않았다. 2학년이 되고 나서는 신입생들이 슈팅하면 볼을 주우라고 하기도 했다”며 “정말 서러웠고 외로웠다. 그리고 힘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버텼다. 비록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이렇게 큰 무대에서 내가 이렇게 해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SNS에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우승하고 말하고 싶었다. 우승 반지를 가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때 그 코치의 말처럼 농구를 그만뒀다면 이 반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해주려고 했다. 우승을 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충분히 메시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미소를 보였다.

한편 최성원은 8일부터 FA가 됐다. 이번 봄 농구를 통해 몸값이 크게 올랐다는 평이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춘 그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SK 역시 재계약에 대한 의지가 강한 상황. 그렇다면 선수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최성원은 “입대 시기가 겹쳐 FA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이를 악물었고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당연히 SK와 먼저 협상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발전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다”고 바라봤다.

가장 중요한 희망 연봉에 대해선 확실히 밝히기 어려운 입장. 그렇다면 연봉 외 다른 부분에서 최성원이 원하고 또 기대하는 건 무엇일까. 그는 “조금 민감할 수 있지만 나의 포지션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웃음). 그동안 1, 2, 3번을 모두 소화했다. 이제는 포지션을 찾고 싶다. 의지가 크다”고 바랐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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