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구긴 백종원도 그대로 방송에...'백사장' 제작진의 과감한 선택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3. 5. 8. 14: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달달함 국뽕에 매운맛 한 스푼 더한 신선한 레시피(‘백사장’)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tvN 예능 <장사천재 백사장>은 색다른 프로그램이다. 음식 예능을 주도해온 외식 경영 전문가 백종원이 한식 불모지 해외로 나가 창업부터 운영까지 한식 밥장사 도전에 나서는 포맷이다. 그런데 <장사천재 백사장>은 이전 백종원표 예능과도 좀 차이가 있고 최근 흔해진 해외 음식 예능과도 결이 또 다르다.

우선 백종원표 예능은 기존 식당 운영에 대해 평가와 성공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요리가 쉬운 레시피를 알려주거나, 또는 국내외 음식들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형식이 주를 이뤄왔다. 그러니까 백종원은 지금까지 예능에서 주로 가르치고 평가하는 입장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식당 운영을 하며 성패를 평가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변화가 있다. 그렇다 보니 프로그램 속 백종원의 모습에도 차이가 생긴다. 본인이 소탈하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과거 프로그램에서는 가르치는 입장이라 절대자적인 권위가 기본적으로 존재했다.

반면 <장사천재 백사장>에서는 창업한 식당의 현지 반응이 안 좋을 경우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오판이나 오류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낮은 자세의 백종원도 볼 수 있다.

<장사천재 백사장>은 다른 해외 음식 예능과도 차이가 있다. 나영석 PD가 <윤식당>으로 문을 연 '한국 음식 외국인 먹이고 반응 보기' 예능은 큰 인기를 누리면서 <현지에서 먹힐까>, <한국인의 식판> 등 다른 프로그램들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뽕'이라 칭하는, 외국인들의 한국 음식에 대한 호의적 반응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의 시청자들은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호감을 보이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상황을 보는 것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개의 해외 음식 예능은 이런 현지 외국인들의 긍정적 반응과, 출연한 스타들이 음식을 요리하고 서빙하느라 고생하는 모습이 큰 두 축을 이룬다. 한국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정적인 평가는 별로 다뤄지지 않고 어쩌다 보여도 결국 최종 긍정 평가를 위한 최소한의 반전 장치 정도로만 쓰일 뿐이다.

하지만 <장사천재 백사장>은 백종원의 한식이 현지에서 먹히지 않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첫 방문지인 모로코에서는 야시장 현지의 텃세, 혹은 이해되지 않는 현지 정서를 이유로 장사를 접어야 하는 위기는 겪었어도, 옮겨서 문을 연 식당은 웬만큼 성공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하지만 두 번째 도전 장소인 이탈리아 나폴리는 달랐다. 피자가게만 8,200여 곳에 이르는 피자 성지인 나폴리는 현지인들이 다른 이국적인 음식들에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사전 시장조사 때는 달달하게 요리한 한국의 불고기를 얹은 피자로 좋은 반응을 기대했지만 현지인들은 단맛의 고기가 얹힌 피자를 신랄하게 거부했다.

그래서 본격적인 장사에서는 한국 정통의 맛으로 승부하기로 하고 백반을 메뉴로 영업에 나서지만 첫날 겨우 7명의 손님만 받으며 장사를 망치는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게다가 막걸리만 준비해놓은 백종원 식당에 대해 나폴리 사람들은 와인이나 맥주가 없으면 식사를 하기 힘들다는 따끔한 조언을 하는 등 훈훈하지만은 않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음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비우호적인 반응들은 그간 해외 음식 예능에서 만나기 힘들었다. 특히 지난달 30일의 나폴리 첫날 장사 방송분은 손님 7명뿐인 망한 장사를 보여주는데 방송 시간 상당 부분을 할애했는데 이렇게 음식이 홀대(?)받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경우는 전례가 드물었다.

물론 지난 7일 방송된 나폴리 2일차 장사에서는 첫날에 비해 손님이 크게 늘어난 모습을 보여줘 다른 해외 음식 예능과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날 방송분에서는 백종원의 식당이 현지 주변 다섯 개 식당 중 매출 꼴찌인 점을 비교해 보여주는 등 여전히 '국뽕'으로 달달함이 대부분인 다른 해외 음식 예능에선 만날 수 없는 매운맛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장사천재 백사장>은 메뉴 선택을 봐도 달달한 '국뽕'에 올인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나폴리의 야채쌈 백반이라는 메뉴는 가장 한국적이어서 현지인의 입맛 정서상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고 낯선 정도가 큰 메뉴다. 튀김처럼 서양인의 입맛에 좀 더 익숙한 조리법을 사용한 음식이나, 퓨전화된 요리를 택하지 않고 쌈백반을 단일 메뉴로 대안없이 승부에 들어간 것은 만약 현지인에게 어필하는데 실패할 경우 '국뽕' 장면이 없어도 이를 그대로 방송에 담겠다는 과감한 의도를 확인하게 한다.

<장사천재 백사장>도 달달한 '국뽕'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나폴리편도 회를 거듭함에 따라 한국 음식에 호의적인 현지인들 모습과 그들의 긍정적 반응들로 방송이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해외 음식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국뽕'이 넘쳐흐르는 프로그램들이 대세인 현실에서 <장사천재 백사장>은 달달함에 매운맛도 적당히 갖춘, 균형 잡힌 예능 레시피로 돋보이고 있다.

차별화에 대한 시청자들 반응도 나쁘지 않다. <장사천재 백사장>은 평균 4% 중반대 시청률(닐슨코리아)로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 기준선인 5% 돌파가 기대되고 있다. <장사천재 백사장>이 끝까지 좋은 반응을 얻어 '국뽕'의 달달함에 치우친 해외 음식 예능에 어떤 변곡점이 돼줄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