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쓰러트린 스윙…(다른 의미로) 더 위험해졌다

백종인 2023. 5. 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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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백종인 객원기자] 원정 팀의 1회 공격. 2사 2루에서 타석이다. 익히 알려진 초구 러버다. 에릭 요키시가 모를 리 없다. 첫 공은 조심스러운 체인지업(132㎞)으로 택했다. 하지만 그 걸로는 막을 수 없다. 거침없는 스윙이 응징한다. 완벽한 타구는 오른쪽에 빨랫줄을 넌다. 우중간 적시타다. 2루 주자 박성한이 산책하듯 홈을 밟는다. 0-0을 깨는 타점이다. (7일 고척돔, SSG-키움)

이번에는 2회 초다. 2사 1, 3루에 차례가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역시 초구다. 투심(143㎞)을 가볍게 밀어낸다. 2루수 쪽 강한 땅볼이다. 김혜성이 간신히 따라붙었다. 그러나 글러브에 넣었다가 떨어트린다(내야 안타). 최경모가 4점째를 신고했다.

랜더스의 기예르모 에레디아(32)가 연일 터지고 있다. 고비 때마다 어김없다. 확실한 유효타로 4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날도 6타수 4안타로 폭발했다. 타율을 0.373까지 끌어올렸다. 어느 틈에 타격 1위로 올라섰다. 2위 김현수와는 3리 차이다.

덕분에 팀도 신바람이다. 5연승으로 선두를 질주한다. 2, 3위권과는 1.5~2게임차로 벌어졌다.

OSEN DB

지난 달 14일이었다. 다이노스전에서 아찔한 사고가 생겼다. 포수 박세혁을 쓰러트린 것이다. 스윙이 넘치며 머리를 강타했다.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구급차에 실려갔다. 다행히 큰 부상은 면했다. 그러나 엔트리 말소는 불가피했다.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커뮤니티 댓글창이 비난으로 가득했다. 랜더스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김원형 감독이 강인권 감독에게 거듭 미안함을 전했다.

당사자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다. 누워있는 환자 곁을 한동안 떠나지 못한다. 조치가 이뤄진 뒤에도 어수선한 표정이다.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을 쓰고 있다 같다.’ 주변에서 전한 가해자의 심경이었다.

아마 며칠은 그랬던 것 같다. 그날 이후 5경기 동안 신통치 않았다. 19타수 4안타(0.211)의 침체를 겪었다. 3할대 후반이던 타율은 0.31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반등이 시작됐다. 4월 21일(키움전)부터 몰아치기다. 이후 어제(5월 7일)까지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 동안 15게임에서 무안타는 2번 밖에 없다. 나머지 13경기에서 62타수 26안타가 폭발했다. 기간 타율이 0.419나 된다. 타점도 17개나 뽑았다.

OSEN DB

뭐 그럴 수 있다. 기복이야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런데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그 ‘사건’과의 연관성이다. 불과 일주일이다. ‘미안함에 집중력을 잃었다’는 전언이 무색하다. 이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물론 프로라면 그럴 것이다. 고의성은 없다고 했다. 사과도 이뤄졌다. 중요한 것은 ‘수정’이다. 문제의 행동(스윙, 타격 자세)이 달라졌냐는 것이다.

아래 제시된 것은 비교 장면이다. 사고 전후의 타석 위치다. 이전에는 가장 뒷부분(포수 쪽)에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후에는 조금 앞쪽(투수 쪽)에 선다. 10~20cm 정도의 차이로 보인다.

사고 전 후 타석 위치가 달라진 모습. 포수 쪽에서 조금 멀어졌다. SBS Sports 중계화면, 랜더스 TV 유튜브 채널

또 하나가 있다. 스윙, 또는 공략법이 달라졌다. 어쩌면 이 부분이 더 큰 변화일 지 모른다.

사고는 (좌투수의) 안쪽으로 꺾이는 변화구 때 일어났다. 즉 급격하게 휘어져 들어오는 공에 반응하던 과정이었다. 이걸 (좌익수 쪽으로) 당겨치려다 넘치는 뒷스윙(팔로 스로우)이 발생했다.

그런데 타구 방향에 변화가 생겼다. 사고 이후에 친 30안타 중에 9개는 우익수 쪽으로 향한 것이다. 비율로 따지면 30% 다.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사고 전 14개의 안타 중 오른쪽으로 간 것은 1개뿐이다. 나머지 13개는 좌익수~중견수 방향이었다.

흔히 말하는 밀어치기다. 이런 타격이라면 뒷스윙이 크게 나오지 않는다. 역시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런 부분은 팀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주자가 있을 경우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진루타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외국인 타자에게는 흔치 않은 스타일이다.

한때 그 스윙은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누군가를 쓰러트렸고, 또다시 그럴 수 있는 위험성 때문이다. 이후로 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다. 그가 타석에 서면 상대는 두려움을 느낀다. 전혀 다른 의미로 말이다.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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