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내 반성·침략·사과 문구 반복에 뿌리깊은 저항감"-日언론
무라야마 담화는 자민당 연립여당 시절 작성…당 내부에 저항감 남은 이유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일 간 최대 갈등현안으로 꼽혀온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8일, 기시다 총리가 징용 문제와 관련해 '사과' 대신 '개인적 유감'을 표명했다면서 그간 일본 역대 정부의 사과 표명 사례를 짚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방일하셨을 때 저는 1998년 10월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렸다"며 "이 같은 정부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총리의 발언이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당시 총리가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중시하는 이유는 한일관계가 개선되는 기반이 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계승하는 진보 야당의 반발을 누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닛케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나온 배경에는 위안부(일본군 성노예제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위안부 문제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1992년 미야자와 기이치(宮沢喜一) 당시 총리가 "진심으로 반성의 뜻과 사과의 마음"을 표명하고 1993년에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담화를 발표했다.
이어 1995년에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패전 50주년 담화를 내고 태평양 전쟁에 이르는 과정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으로 사과"라는 말로 아시아 국가들에 사죄한 것이라며 이것이 한일 공동선언의 기초가 됐다고 논평했다.
또 1990년대 일본은 전쟁 전, 전쟁 중의 역사를 반성하고 아시아 국가들에 사죄를 표하며 한국·중국과의 관계를 진전시켰다고 썼다.
닛케이는 그 후 역대 정권이 기본적으로 이 흐름을 답습했다며 2005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고이즈미 준이치(小泉純一郎)로 당시 총리도 패전 60주년 담화에서 무라야마 담화의 반성 및 사과의 표현을 답습했다고 했다.
이어 2010년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총리는 한일합병 100년 담화에서 한국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명기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닛케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2015년 4월 패전 70주년 담화에서 태평양 전쟁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8월 담화에는 4월 연설에서 다루지 않았던 "침략"이나 "사과" 문구도 더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인용한 다음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라고 덧붙였다고 썼다.
일련의 역사 인식 표명의 기초가 된 전후 50주년 무라야마 담화는 자민당이 1990년대 사회당(이후 사회민주당)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시절 작성됐다. 닛케이는 자민당 내에는 반성 및 침략, 사과 등의 표현을 반복하는 데 대해 뿌리 깊은 저항심이 있다고 짚었다.
7일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 정부는 기시다 총리 자신이 '반성'이나 '사과' 등의 표현을 넣은 선언문을 직접 낭독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결책에 반대하는 소송 원고 일부와 야당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서는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기시다 총리는 7일 기자회견에서 반성 및 사과에 관한 직접 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닛케이는 기시다 총리가 "나 자신의 생각"이라고 전제를 깐 뒤 "과거에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지 않고 함께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준 것에 감동했다. 마음이 아프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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