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없으니 치료 안 할래”...손 놓고 방치하다 생명까지 위협한다는데
100명 중 49명은 진단 후 3개월 이전 사망
간에는 신경세포 적어 파괴돼도 통증없어
의료기관 방문해 검진·치료받는 것이 중요
소위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은 전체의 70~80%가 파괴돼도 당사자가 위험 신호를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간 자체에 신경세포가 매우 적어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끝없이 커진 암이 간을 둘러싼 피막을 침범한 후에야 비로소 불편함을 느낀다. 국내 암 환자의 사망율 2위가 간암인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간암에 걸린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이유로 치료를 아예 포기해버리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성모병원 연구진은 치료받지 않은 간암 환자의 경우 생존기간 중간값이 3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의료기관에 하루 빨리 방문할 것을 당부했다.
8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성필수 소화기내과 교수와 김지훈 의정부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강사, 권민정·장소이 가톨릭의대 의학과 학생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2008년도부터 2014년까지 국내 간암등록시스템에 올라와있는 환자 중 ‘치료받지 않은’ 상태로 분류돼있는 1045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현재 간암에 걸린 사람들이 앞으로의 치료 계획과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간암 치료를 간 절제, 간 고주파 열치료, 간동맥화학색전술, 전신항암화학요법, 간 이식 등으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치료받지 않은 환자들이 간암 진단을 받은 평균 나이는 59.6세였고, 그중 80.2%가 남성이었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이들의 생존기간 중간값이 3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생존기간 중간값이란 병 진단을 받은 날로부터 환자군의 절반이 생존해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간암환자가 100명이 있다고 가정하면 50번째 환자가 사망하는 시점이 3개월이라는 얘기다. 1~49번째 환자는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사망에 이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20%가량인 219명은 간암 초기 단계에 해당해 치료가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음에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성 교수는 “간암의 자연경과와 관련해 현재까지 나온 발표 중 가장 많은 임상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연구”라며 “치료받지 않은 간암의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환자의 치료 방침을 설정하거나 정부가 건강보험 정책을 수립할 때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면역복합치료가 진행성 간암에서도 1차 치료로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됐기 때문에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간암을 진단 받았을 때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꼭 전문의를 찾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 의사 면허 취득 후 가톨릭의대 부속병원에서 근무 중인 권민정·장소이 수련의(인턴)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 설계부터 논문 완성까지 많은 것을 배운 만큼 앞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의학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과 서울성모병원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종양학 분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온콜로지 (Frontiers in Oncology)’(IF=5.738) 3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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