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국군포로 北 상대 손배소 승소···“1인당 5000만원씩 배상”

소송 진행 과정서 일부 숨져
승소해도 실제 배상은 요원

한국전쟁 때 북한에 잡혔다가 탈북한 국군 포로 김성태(사진 가운데)씨가 8일 오전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억류됐다가 탈북한 국군포로들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이어서 실제 배상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212단독 심학식 판사는 8일 김성태(93)씨 등 3명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인당 50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씨 등은 지난 2020년 9월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강제 노역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한국전쟁 중 북한에 끌려가 1953년 9월부터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돼 33개월 가량을 탄광에 일해오다 2000∼2001년 탈북했다.

김씨 측은 북한이 소송에 응하지 않는 점을 감안해 사건 송달은 공시송달로 해 줄 것을 신청했다. 공시송달은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소송서류를 송달할 수 없는 경우 법원 게시판 등에 소송 서류를 걸어 두고 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그러나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고령인 원고들 중 3명 숨졌고, 일부 유족만 소송을 수계함에 따라 청구인은 3명으로 줄어들었다. 청구액도 1인당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렸다.

국군포로가 낸 소송에서 법원이 북한의 책임을 인정한 경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 47단독 김영아 판사는 지난 2020년 7월 국군포로 한모씨 등이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씨 측 손을 들어줬다. 당시 원고에게 각각 2100만원씩 지급하라는 첫 판결이 나왔지만 실제 배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씨 등은 국내 방송사 등으로부터 조선중앙TV 등 북한 저작권 협약에 따른 사용료를 징수해 북한에 송금하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상대로 추심금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대북 송금이 중단된 이후 사용료를 서울동부지법에 공탁하고 있다. 현재 공탁금은 2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