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잘 맞겠네"…女신입에 20살 많은 男직원 꺼낸 상사 '성희롱'

법원 "정신적 고통에 따른 금전 배상…정신과 치료비는 부지급"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여성 신입사원에게 나이 많은 남성 직원과 잘 어울린다는 취지로 분위기를 만든 회사 상사의 발언은 성희롱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부장판사 이원중 김양훈 윤웅기)는 국내 한 대기업 여직원 A씨가 상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단한 원심을 유지했다.

2020년 입사한 A씨는 이듬해 옆 부서장으로 회사에 25년간 재직한 B씨와 점심식사를 하게됐다.

식사 도중 한 참석자가 A씨에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고, A씨가 "○○쪽에 산다"고 대답하자 "C씨도 거기에 사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말했다.

C씨는 식사자리에 없었던 같은 회사 다른 팀 직원으로 A씨보다 20세가량 많은 미혼 남성이다.

B씨는 또 A씨에 "OO(음식의 일종)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는데 "좋아한다"는 답을 듣자 "C씨도 좋아하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다시 한번 말했다.

A씨가 "이제 OO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의사를 표시했지만 "그 친구 돈 많아" "그래도 안 돼?"라고 발언했다.

사건 발생 이후 회사 측은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B씨에 근신 3일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장기간 휴직을 하게 됐다며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B씨의 발언으로 A씨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므로 금전 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입사원인 A씨와 경력 25년 이상의 B씨 사이 대화가 대등 관계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다른 사원들도 같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문제가 된 발언으로 (A씨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사회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은 성희롱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이 사건 발언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가 청구한 정신과 치료비와 휴직에 따른 급여 감소분 청구에 대해서는 "손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B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