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민낯' 감추다 드러난 얼라인의 아마추어리즘[차준호의 썬데이IB]
행동주의 명분 강조하다가 갑자기 실리 거론...'허수아비 치기' 오류
여의도 반응 '싸늘' "주주들과 공감대 없어...얼라인 해명이 더 실망"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2025년 내 30만원까지 갈 수 있다"며 주주들에게 중장기 비전인 'SM 3.0'에 동참할 것을 독려한 얼라인파트너스가 두 가지 석연치 않은 거래를 물밑에서 단행했다. 얼라인은 △3월 12일 하이브가 SM엔터 인수를 포기하고 카카오의 인수가 확정된 시점 직후인 3월 14일에 보유한 지분 전량을 공매도에 활용되는 대차거래로 제공해 수수료를 수령했고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이창환 대표의 개인법인인 얼라인홀딩스가 보유한 1만주 주식을 시장에서 모두 팔았다.
얼라인 측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 이에 대해 해명했다. 대차 거래에 대해선 "펀드들이 장기 보유 예정인 지분에 대해 일시 대여를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건 통상적 자산운용 활동"이라고 말했고, 개인 법인이 보유한 주식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 시점을 택해 매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두 거래 자체에 대해선 모두 인정했다.
기사를 통해 드러난 얼라인의 행동과 답변을 둔 최종 판단은 주주들과 독자의 몫이다. 다만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며 승승장구해온 얼라인이 창사 이후 맞이한 첫 위기에서 보인 해명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 특정 기업에 대한 이벤트를 시작하거나 펀딩 과정에서 주주들을 결집할 땐 '소액주주 이익 대변', '거버넌스 진화', '자본시장의 전례없는 변화' 등 거창한 구호를 내걸지만 논란에 직면했을 땐 "펀드는 수익률 제고가 지상목표"란 말로 논점을 바꾸면서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출범때부터 "우리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철저히 투자자에 대한 수익률로 평가받겠다"며 냉철한 헤지펀드를 자처했다면 문제될 소지가 적다. 이 대표는 자신을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한국의 칼 아이칸, 조지 소로스가 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 얼라인의 행보는 정반대였다. 이수만 전 SM엔터 창업자의 경영 실패를 조목조목 드러내고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며 '라이징 스타'로 급부상 했다. 금융위원회 등 당국 행사에 참석해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해왔고, 신흥 행동주의 대표 주자로 한국 주주자본주의 발전을 내걸고 여러 첨언을 해왔다. 명분을 앞세워 단기간 세를 키워온 그가 기존에 주창한 기업가치 개선에 배치되는 행보를 밟아놓곤 '글로벌 펀드들은 일상적으로 이렇게 한다' '펀드는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답변을 꺼낸 건 표리부동에 가까웠다.
과연 출자자(LP) 이익에 부합한 결정이었는 지도 의문이다. 이 대표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는 한국에서만 활동하니 명분을 갖고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다음에 행동주의 전략을 이행할 기회가 없다"고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그가 대차거래로 주식을 제공하면서 삼성증권에서 수령한 7억7000만원과 이 사실이 드러났을 때 자신들의 명분에 미쳤을 영향을 객관적으로 비교했다면 얼라인이 내렸어야 할 의사결정은 단순했다.
하지만 얼라인은 "오해 소지를 바로잡는다"며 시장과 주주들의 성토를 오해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인(人)의 장막도 이를 강화하고 있다. 이 대표의 '멘토'이자 SM엔터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지낸 이남우 연세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펀드는 고객을 위해 펀드수익률 제고가 지상목표란 논리를 '경험 부족' 언론이 왜곡했다 주장했다. 그는 미국 초대형 연금 캘퍼스는 과거 주식 대차로 돈을 벌어 한 해 운영비용을 충당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블랙록 피델리티 거의 모든 국부펀드와 연기금도 주식을 빌려줘서 추가로 이익을 낸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선 특정 기업에 대한 행동주의 이벤트로 수익을 낸 얼라인과 국부펀드 연기금의 일상적인 대차거래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한 것은 전형적인 '허수아비 치기' 오류다. 얼라인이 그동안 대차거래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공매도 측에 주식을 빌려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가 언급한 캘퍼스 블랙록 피델리티가 자신들이 만들어낸 이벤트로 주가를 띄우고, 이벤트가 끝난 직후 주가 하락이 명백한 타이밍에 공매도에 주식을 빌려줘 막대한 수수료를 수취했다는 사례가 일상적이었는 지를 먼저 찾아봐야 했다.
이들에 대한 여의도의 반응도 싸늘하다. A 펀드매니저는 "올해 개인·기관이 가장 많이 물린 주식이 SM엔터란 말이 있을 정도로 지금 야전엔 시체가 즐비해 있다"며 "그 이슈를 리딩해온 인물이 탁상공론을 해명으로 내놓으니 주주들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 행동주의펀드 관계자는 "한국에서 행동주의 인지도가 늘었다지만 제대로된 기관에서 펀딩을 받는 곳은 전무할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특히 공매도와 관련된 민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활동하는 펀드가 교수님같은 말을 내놓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얼라인의 SM엔터에 대한 주주행동주의를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얼라인은 주당 18만원에 이수만 전 총괄이 독점했을 M&A 대가를 SM엔터 일반 주주들에 환원한 경영학 교과서에 기록될 성과를 냈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경고음을 소음으로 간주한다면 이들이 쌓아올린 명분도 한 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다. 달콤한 말만 내놓는 인의 장막을 허물고 지금 얼라인엔 "7억원 벌려다 회사 망할 수 있습니다"고 이 대표를 제어해줄 인물이 절실한 상황이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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