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주장 파라과이 대선 후보 구금…“폭력시위 선동”
최근 파라과이 대선에서 22%가 넘는 높은 득표율로 3위를 차지하면서 ‘깜짝 돌풍’을 일으킨 파라과요 쿠바스 후보가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지지자들에게 폭력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구금됐다.
파라과이 매체 라나시온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요안 파울 로페스 판사는 6일(현지시간) 공무집행방해, 치안 교란, 선거법 위반, 강요 등 5개 혐의로 체포된 국가십자군당의 쿠바스에 대해 예방적 구금을 명령했다.
쿠바스의 지지자들은 지난 30일 치러진 대선 다음날부터 파라과이 도시 곳곳에서 이번 선거의 투표와 개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대선 사기’를 주장하는 과격 시위를 벌여왔다. 선거 직후 쿠바스는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대선은 기념비적 사기”라거나 “이제 심판이 시작됐다”는 등 지지자들을 향해 폭력 행위에 나설 것을 선동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208명이 선거요원에게 물리적 공격을 가하고 도로 점거, 기물 파손 등을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다.
쿠바스는 결국 지난 5일 오후 수도 아순시온에서 약 15㎞ 떨어진 산로렌소에서 체포됐다. 당시 그는 지지자들과 함께 대선 부정선거 의혹 시위를 벌이기 위해 아순시온으로 가는 길이었다. 대선 후 그는 전국을 횡단하며 연설을 하고 이 모습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경찰에 붙잡히는 순간에도 쿠바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생방송을 하고 있었고, 체포된 후에도 경찰 차량 안에서 계속 방송을 이어나갔다. 그는 카메라로 수갑을 비추며 “보시다시피 저는 지금 체포되고 있다”며 “이 나라의 모든 범죄자들은 나처럼 수갑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쿠바스는 범죄 강경 대응을 자신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특히 그는 1년 내내 국가비상사태를 유지 중인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을 추켜올리며 범죄자에 대한 강력 처벌을 약속했다. 그는 상원의원 재직 시절 파라과이에 거주하는 브라질인 10만명을 제거해야한다는 등 극단적 발언을 해 의회에서 제명된 바 있다.
쿠바스는 오는 28일 재선거를 요구하며 “감옥에서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금 전 심문에서는 판사를 향해 “쓸모없고 불의한 재판관”이라는 등 험담과 모욕을 하기도 했다. 쿠바스가 구금되고 나서도 지지자들은 “우리는 쿠바스가 석방될 때까지 거리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변함없는 지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2위를 차지한 야당 에프라인 알레그레 후보는 부정 선거 주장 시위로 구금된 모든 사람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SNS에 “투명성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쿠바스와 모든 시민들의 석방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 각국에서 대통령 선거 후 부정선거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지지자들을 선동한 후보들 대부분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1.6 의회 폭동 선동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역시 올해 초 브라질에서 발생한 대선 불복 시위 폭동을 조장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21542?type=journalists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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