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위암 한숨 돌리나…"1년 약값 1.5억" 엔허투 건보적용 절차

안정준 기자 2023. 5. 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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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약값이 최대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유방암·위암 치료제 '엔허투'가 건강보험 급여 등재 절차에 진입했다. 1년 약값 7000만원인 폐암치료제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급여 등재 절차 역시 시작됐으며 연간 4억원의 치료비가 필요한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는 비항체 A형 혈우병 환자 대상으로 급여가 결정됐다. 지난해 킴리아와 졸겐스마로 본격화된 초고가 의약품 급여화가 올해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지난 3일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를 열어 엔허투에 대한 급여기준 설정을 의결했다.

급여기준 설정이 의결된 엔허투의 적응증은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항 HER2(사람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기반의 요법을 투여 받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이전에 항 HER2 치료를 포함해 두 개 이상의 요법을 투여 받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암종의 치료 두 가지다.

암질심은 항암제 건보 급여 심사의 첫 관문으로 약제의 임상적 타당성에 대한 가치를 평가한다. 이번 심평원 의결을 통해 엔허투는 급여 등재를 위한 본격적 절차에 들어서게 된 셈이다. 이제 엔허투는 심평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심의를 거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사를 받고 급여 적용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엔허투는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2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이다. 암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특정 단백질을 정밀하게 표적하는 항체에 세포사멸 기능이 있는 약물을 연결해 만든 바이오의약품이다. 강력한 암세포 사멸효과를 나타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엔허투에 앞서 지난 3월 폐암치료제 타그리소도 1차 치료제로 암질심에서 급여기준 설정을 받았다. 타그리소는 EGFR-TKl 제제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불가능한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효능이 입증된 3세대 표적항암제다. 2차 치료제로 2017년 급여 적용을 받기 시작했지만 1차 치료제로서는 2019년 급여 도전후 4년만에 암질심 문턱을 넘게됐다.

급여 적용이 시작된 의약품도 나왔다. 피하주사형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는 이달 1일부터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 개정에 따라 비항체 중증 A형 혈우병 환자에 대해서도 급여를 적용받게 됐다. 그동안 헴리브라는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항체 보유 중증 A형 혈우병 환자에게만 급여가 인정됐는데 이번에 급여 범위가 확대된 셈이다.

올해 들어 급여 절차에 진입했거나 급여가 확정된 이들 세 의약품은 모두 연간 약값이 1억원 안팎의 고가 치료제다. 엔허투의 연간 약값은 1억5000만원에 달하며 타그리소는 7000만원이다. 헴리브라는 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이 약값 대부분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때문에 세 의약품 모두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엔허투 관련, 건보 급여 적용이 시급하다는 국민 청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고 타그리소도 마찬가지였다. 헴리브라도 환우 단체들이 급여 확대를 정부측에 꾸준히 요구해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약가가 각각 약 20억원, 4억원인 졸겐스마와 킴리아에 대한 급여 적용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고가 의약품 급여화 추세가 올해도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약값 때문에 당장 생명을 구할 치료제를 쓰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도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신속 등재, 건보 적용 확대'를 내세우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초고가 희귀질환 의약품의 급여 적용을 늘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태였다.

다만, 보건의료계에서는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여력도 감안해서 고가 의약품 급여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정부는 '환자 단위 성과기반형 위험분담제' 적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한 상태다. 환자별 치료 성과를 해마다 총 5년간 추적 관찰해 치료 실패 시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약회사가 보험자에 환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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