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준석 몰아내고 ‘윤심’ 김기현 대표 체제 구축[윤석열 정부 1년]

조미덥 기자 2023. 5. 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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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 1년의 당정 관계는 윤 대통령이 ‘내부총질’하는 이준석 전 대표를 몰아내고, ‘윤심’(윤 대통령 의중) 전당대회를 통해 ‘김기현 지도부’로 친정 체제를 구축한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낮으니 여당 장악에 무리수를 두게 되고, 그것이 다시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때 봉합된 듯 했던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갈등은 지난해 6·1 지방선거 여당 승리를 기점으로 다시 불거졌다. 당 혁신위원회 출범, 우크라이나 방문 등 건건마다 이 전 대표와 친윤석열계가 충돌했다. 당 윤리위원회는 지난해 7월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중 맏형인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가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다.

지난해 7월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사진기자에게 포착돼 공개됐다. 국회사진기자단

7월 말 윤 대통령이 권 직무대행에게 체리따봉 이모티콘과 함께 “내부 총질 당대표”라고 이 전 대표를 비난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것이 공개되며 ‘이준석 축출’이 본격화됐다. 초선들의 비대위 전환 촉구 연판장, 의원총회 후 ‘주호영 비대위’로 전환, 이를 막는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인한 비대위 무산 등 극심한 혼란 속에 첫 정기국회를 맞았다. 혼란은 10월에 법원이 ‘정진석 비대위’를 인정하고,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의 추가 징계를 내리고서야 가라앉았다. 집권 1년차에 여당 대표 퇴출과 비대위 출범 모두 헌정사 초유의 일이었다.

비대위 출범 후 당정 관계의 추는 급속히 대통령실로 기울었다. 취임 초엔 당이 ‘문재인 청와대’ 출신의 윤종원 국무조정실장 내정을 공개 반대하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를 건의하는 등 대통령실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선 달랐다. 여당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하다가 윤 대통령이 연일 희생자 조문에 이 장관을 대동하자 책임론이 사라졌다.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가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합의했지만 윤 대통령이 불만을 표시했다고 알려진 후 여당은 국정조사 보이콧을 검토하는 등 소극적이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9월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주 당시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나눈 김은혜·강승규 대통령실 수석을 퇴장시키니,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협치 좋은데 그렇게까지 해서 뭘 얻었냐”고 질타하고, 이용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주 원내대표를 면전에 두고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대통령실과 윤핵관, 여당 원내 지도부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였다.

지난 3월 열린 전당대회는 사실상 윤심이 관철되는 과정이었다. 비대위는 당대표를 뽑는 경선 룰에서 여론조사 비율을 기존 30%에서 20%나 10%로 낮추는 것을 검토했는데,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사석에서 “당원투표 100%가 낫지 않냐”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빠르게 ‘당원 100%, 여론조사 0%’로 정리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에서 해임하고, 2월 초 안철수 의원을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표현해 윤심 주자가 아님을 알렸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이 한 당원에게 김 대표를 돕는 사람들이 모인 채팅방을 소개하고, 그 방의 콘텐츠를 다른 방에 전파해달라고 요청하는 음성이 공개되기도 했다.(경향신문 3월6일자 1면 보도) 당에서 윤 대통령이 김 대표를 밀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를 결정한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2월7일 당대표에 출마한 김기현 후보와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회동을 가진 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런 결과 당대표, 최고위원과 지난달 새로 뽑힌 윤재옥 원내대표까지 당 지도부는 친윤계 일색으로 채워졌다. 당정일체가 실현된 모습이다. ‘김기현 체제’ 출범 후 윤 대통령이 정책에서 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당정협의회가 활성화됐다. 전세사기 대책에서 정부가 반대하던 공공매입을 당이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등 성과는 있었다. 하지만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등 지도부의 극우적 발언으로, 여론조사를 뺀 전당대회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당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에 종속된 현상도 이어진다.

비윤계는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비판한다. 유승민 전 의원은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집권 1년 밖에 안됐는데 당대표·비대위원장이 벌써 네 사람째다. 이렇게 무리하게 당을 장악한 이유가 뭐겠나”라며 “총선 때 자기 사람으로 공천해서 100%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는 하수인에 불과한 당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 때 봐라.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니 여당에서 반항하지 않고 알아서 ‘관심법’으로 눈치를 봤다”며 “지금은 대통령 지지율이 낮으니 당을 힘으로 누르는 게 눈에 띄고, 그것 때문에 지지율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라고 분석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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