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시 가처분? 벼랑 끝 태영호, ‘이준석의 길’ 걷나
與 일각 ‘중징계설’ 유력…太, 출마 무산 시 반발 불가피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최고위원 선출 두 달 만에 중징계 위기에 직면했다. 이른바 '4‧3 역사 왜곡' 논란, '대통령실 공천 개입' 파문 등을 촉발시킨 끝에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사를 받게 되면서다. 태 최고위원은 당 일각의 '자진 탈당' 목소리를 일축하고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태 최고위원이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를 받게 될 경우 내년 총선 출마는 수포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선 태 최고위원이 윤리위 판단에 반기를 들 경우 '이준석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당 지도부에게 '손절' 당한 태 최고위원이 '가처분 카드' 등을 앞세워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단 것이다.
김기현 지도부 이미 손절? 사면초가 太
윤리위는 8일 오후 4시부터 당사에서 갖은 설화로 논란을 빚은 태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심사를 개시한다. 윤리위는 당사자들의 소명을 들은 뒤 이날 이르면 바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시사 발언 녹취 △민주당을 'JMS'에 빗댄 발언이 윤리위 심판대에 오른다. 김 최고위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말이 선거 때 표를 얻으려고 한 것이라고 한 발언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했다는 발언 △제주 4‧3사건 기념일은 격이 낮다고 한 발언을 두고 징계가 검토된다.
여권의 관심은 특히 태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에 쏠린다. 김기현 대표의 '한 달 자숙' 지시를 따른 김 최고위원과 달리 태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와의 충돌도 감수하며 연일 '억울함'을 표명하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태 최고위원과 김기현 대표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게 여권 내 중론이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달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상황에서 제가 최고위에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나는 전당대회 기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게 구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전광훈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인정한 김기현 대표를 저격한 셈이다. 이후 태 최고위원을 둘러싼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이 촉발되자, 김 대표는 직접 당 윤리위에 해당 발언을 징계 심사 대상에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태 최고위원의 '김기현 저격' 발언에 대해 "태영호 최고위원에게 왜 그랬는지 한 번 물어보라. 본인은 전광훈 목사랑 아무 관계없다고 강조하면서 왜 그런 식으로 오해받을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기가 책임져야 할 위치에 가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太 "억울하다"…중징계 시 '플랜 B'는?
태 최고위원은 징계 가능성과 관련해 언론과의 인터뷰를 삼가고 있다. 대신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단언컨대, 이진복 정무수석이 공천이나 최고위 행보에 대해 저에게 언급한 사실이 없다. 제 모든 것을 걸겠다"며 정면 돌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우리 당과 지도부가 똘똘 뭉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정계 은퇴나 자진 탈당 가능성도 일축했다.
이에 일각에선 태 최고위원이 당 윤리위가 경징계가 아닌 중징계를 내릴 경우 반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내년 총선 출마가 불가능한 수준의 중징계(당원권 정지 1년 이상)가 내려질 경우 태 최고위원이 순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추측에서다. 이 경우 가처분 신청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 이준석 전 대표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윤계 의원은 "태 최고위원은 '셀프 손절' 당한 셈이다. 본인의 발언이 논란을 촉발한 도화선이 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억울함을 말하는 것은 '선당후사'의 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행여 (중징계 등 윤리위 결정에) 반발하거나 당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준석 시즌2'가 될 수 있다. 당을 위한다면 윤리위 결정에 순응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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