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반도체 수출 감소에 석 달째 ‘경기부진’ 진단…내수는 소비 중심으로 부진 완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단했다. 우리 경제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의 생산 위축이 계속되면서 기업 심리지수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KDI는 다만 자동차 판매 등의 호조에 힘입어 소비가 완만하게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고, 서비스업생산도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내수가 경기 하락세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경제동향’ 5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내수 부진 완화에 힘입어 급격한 하강세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라고 8일 밝혔다. KDI는 지난 3월호부터 석 달 연속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수출 부진이 여전히 우리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4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4.2% 줄어 3월(-13.6%)에 이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자동차(40.3%)와 선박(59.2%)이 증가했지만 ICT(-42.5%)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품목이 부진했다. ICT 수출액은 지난 2월 41.1% 감소한 데 이어 3월 –38.1%, 4월 –42.5%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액도 3월 -34.5%에서 지난달 –41.0%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중국은 물론 중국 이외 지역에서도 수출 부진이 계속됐다. 대중국 수출액은 3월 –33.4%, 4월 –26.5%를 기록했고, 중국 제외 수출액도 3월에 7.2% 줄어든 이후 지난달 10.7% 감소하는 등 전체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대외 수요위축은 제조업 생산에 악영향을 미쳐 경기를 끌어내리고 있다. 3월 전산업생산은 2월(3.3%)보다 낮은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동차(26.8%) 등의 증가세에도 반도체(-26.8%), 전자부품(-36.3%) 등이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면서다. 3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2.2%로 2월(68.%)과 비슷하게 낮은 수준을 보였고, 재고율(117.4%)도 높아 부진한 모습이라고 KDI는 진단했다.

KDI는 다만 서비스업 생산이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소매판매 부진도 완화하면서 소비가 경기 둔화의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3월 소매판매는 전월과 유사한 0.5%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계절조정 전월대비 기준으로는 0.4% 증가하며 부진이 완화하는 모습”이라면서 “서비스업 생산은 관광객 유입과 대면활동 확대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전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도 3월(92.0)에 비해 상승한 95.1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호조세는 고용시장 둔화세도 경감시켜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3월 취업자 수는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각각 4만9000명, 2만명 감소했지만 서비스업에서는 51만5000명 늘었다. KDI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남성 고용 비중이 높은 부문의 노동 수요가 감소한 반면 코로나19 위기에서 급증한 보건, 돌봄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대면서비스업도 회복하면서 여성 고용 비중이 높은 부문의 노동 수요는 증가했다”면서 “산업별 경기 차이로 인해 남성 고용은 빠르게 둔화된 반면, 여성과 고령층 고용은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