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지원으로 아동 자아정체성 확립에 도움 줄 것”[제약사를 가다]
바이엘코리아 아동 심리지원프로그램 ‘마인드업(Mind up)’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 집은 어두컴컴했다. 사람이 없었던 탓일까. 서글픈 냉기가 좁디좁은 자취방을 가득 채웠다. 외로웠다. 불을 켜지 않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갔다.
고립에 의한 외로움은 질병이다. ‘고립의 시대’ 저자인 노리나 허츠 박사는 외로움은 도시의 군중 속에 있을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더 많이 온라인에 연결될수록 위력이 강해진다고 했다. 또 이 위력은 감정을 넘어 우울증, 불안, 자살충동뿐 아니라 육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 우리는 고립의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사회와 단절이 심해지면서 마음 역시 망가져버렸다. 청년뿐 아니라 사회적 교류를 통해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아동들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2021년 유니세프 세계아동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실시한 조사에서 만15~24세 아동·청소년 가운데 5명 중 1명은 우울함을 느끼거나 무언가를 하는 데에 조금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많은 청년이 일상, 교육, 여가활동 등의 제약과 가계 소득감소, 감염 등 건강에 대한 우려로 분노, 좌절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3년간 아동·청소년 우울증 및 불안장애 진료현황’에 따르면 2021년 우울증, 불안장애로 진료받은 아동·청소년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보다 각각 18.9%, 39.6%씩 증가했다.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문제는 해당 시기에 그치지 않고 성인이 된 이후의 가정과 직장생활, 사회 적응 등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심리지원 프로그램 마인드업 프로그램의 성과연구를 맡은 전두엽프리즘 백현주 소장은 안타까운 말을 전했다. 다행히 이러한 상황에서 아동들의 정서적 건강을 위한 기업의 사회참여활동(이하 CSE) 필요성을 빠르게 주목한 기업이 있다. 바이엘코리아다. 이 기업의 돌봄사각지대 아동 심리치료지원 후원사업에 관해 자세히 알아봤다.
■돌봄사각지대 아동위해 심리치료지원 후원 시작
바이엘코리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 말 기업시민으로서 지속가능하고 체계적인 사회참여활동의 의지를 담은 CSE 브랜드 ‘글뤽(Glück;행복과 행운)’을 론칭한 바 있다. 글뤽은 다양한 공헌활동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운영하는 ‘찾아가는 심리치료사업 마인드업(Mind up)’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찾아가는 심리치료사업 마인드업은 ▲심리 ▲정서 ▲행동 등에 문제가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어린이를 위해 서울시의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지원시설 ‘아이존’, 지역사회복지관 등과 연계해 제공하는 심리치료서비스다.
지난 2년간 바이엘코리아의 후원으로 사업을 진행한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은 영등포구청, 영등포 내 5개 초등학교 및 3개 중학교, 소아정신과 전문의, 마음소리 사회적협동조합의 참여를 이끌며 103명의 사각지대 아동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 서윤희 과장은 “마인드업은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아동을 발굴해 전문가가 학교로 찾아가 개별맞춤형 치료서비스를 진행한다”며 “아동을 둘러싼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어른인 양육자와 교사를 대상으로 상담과 교육을 진행해 통합적인 심리지원을 진행하는 것이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엘코리아 이지연 홍보부 총괄은 “미래 성장 동력인 아동들이 신체적·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바이엘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의 가치”라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아동 정신건강 최하위 수준으로 아동 4명 중 1명은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경험한 바 있다는 결과가 있는 만큼 전문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현 중요한 시기…공감·위로로 심리적안정감 줘야
마인드업 프로그램은 대상 아동이 원하는 향후 자신의 모습에 대해 치료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상담계획을 세우면서 아동이 예측 가능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발달연령에 따라 희망하는 치료와 활동내용 등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분노 ▲불안 ▲자해충동 등이 있을 때 스스로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둔다.
백현주 소장은 “코로나19 이후 아동 상당수가 또래관계의 어려움 및 불안과 우울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6~18세 학령기 아동 및 청소년들이 문제행동을 측정하는 검사인 K-CBCL 척도로 사전·사후 검사를 진행한 결과 12가지 문제행동증후군 가운데 불안·우울, 사고문제, 주의집중, 공격행동 등 8개 요인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억눌러오던 감정들을 표현하거나 타인과의 의사소통 또는 정서적 상호작용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고 과잉행동이 소거되는 등의 긍정적인 심리·정서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바이엘코리아는 기업의 사회참여활동에 동력이 됐던 요소 중 하나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라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꼽았다. 실제로 글로벌기업이 국내에서 사회참여활동을 할 때 적절한 수혜자를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하지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국내에서 오랫동안 아동후원사업을 진행해온 터라 큰 힘이 됐다고.
바이엘코리아는 현재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마인드업, 입원 환아들을 위한 컬러링 키트 기부, 조손가정을 위한 김장나눔 등 많은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있다.
바이엘코리아 이지연 홍보부 총괄은 “2019년 말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는 입원 환아들의 정서적 안정과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도록 컬러링 키트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인스타툰 작가와 손잡고 응원메시지를 담은 컬러링 키트를 개발했다”며 “지난해 말에는 고려대안암병원에서 아이들을 위한 참여극을 진행하는 등 아이들의 심리∙정서적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시도해왔으며 올여름에는 바이엘코리아 직원들과 함께 하는 행사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ESG경영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많은 기업이 사회적 참여 활동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한정적인 예산, 인력 등을 이유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이엘코리아의 이러한 선도적인 움직임이 다른 기업의 동참으로 이어져 ‘글뤽(Glück)’의 뜻처럼 어린이에게 행복과 행운을 가져다줄 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백현주 소장은 “전문가들이 투입돼 참여 아동들의 정서적 변화를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알아보고 후원하는 바이엘코리아와 같은 기업들이 늘어난다면 아이들의 미래도 점점 더 밝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헬스경향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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