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 주정부, IRA 해외 투자 확보 ‘군비경쟁’같은 보조금 퍼주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시행 이후 미국의 각 주들이 ‘군비경쟁’에 가까운 해외 투자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8일(현지시간) 개별 주정부가 반도체나 청정기술 분야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오기 위해 ‘인센티브 전쟁’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차·배터리·청정 에너지 등의 부문에서 3690억 달러의 보조금을 주는 IRA와 관련 미국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인센티브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핵 군비 경쟁과 닮아있다”(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는 평가도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조지아주가 현대자동차그룹이 짓는 전기차 공장에 세금 감면 등을 포함해 18억달러(약 2조3758억원)의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 꼽혔다. 이는 자동차 분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인센티브다. 2023년 발표된 대미 투자 계획 규모에서 한국 기업은 애리조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2위, 인디애나주에 GM과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삼성SDI가 5위를 기록했다.
IRA와 반도체법 이후 투자 유치 면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주는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나타났다. 또한 FT 집계 결과 2022년 8월 이후 공화당이 집권한 선거구가 민주당 집권 지역보다 약 5배나 많은 1600억 달러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자체 반도체법을 만든 텍사스주, 친환경 반도체 관련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주기로 한 뉴욕주 등 주정부 차원에서 별도 입법을 통해 기업 투자를 확보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오리건, 아이다호,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 등도 유사한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연방정부가 주최한 투자 유치 행사 ‘셀렉트USA’에는 역대 가장 많은 주지사가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행사를 처음 시작한 로키마운틴연구소의 애런 브릭먼은 “그동안 지금처럼 큰 규모의 연방 보조금이 없었다. 이것은 게임체인저”라고 말했다.
그러나 갈수록 고조되는 주별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출혈이 커지는 부작용이 일어난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든 주가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기대하면서 투자 유치에 뛰어들지만, 결국은 가장 많은 금전적 혜택을 주는 지역이 낙점되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라는 것이다. 연구단체 굿잡스퍼스트의 그렉 르로이 사무국장은 공장 부지 선정이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협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서 “각 주끼리 과다 지출하고 서로를 갈기갈기 찢으며 밑바닥에서 경쟁하면서 어마어마한 돈을 낭비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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