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죽창가만" "빵셔틀 외교"…한일 정상회담 놓고 여야 공방
이재명 "일본 식민침략 면죄부…강제동원 배상 언급 없어"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놓고 여야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거사에 대해 진전된 메시지를 내놓은 일본과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정부가 충분한 사과를 하지 않았으며 우리 정부는 얻는 것 없이 '퍼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일 정상회담을 비판하는 민주당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규탄만 해대는 것은 무책임한 최악의 지도자들이나 할 짓"이라고 직격했다.
김 대표는 "일본과의 경제·안보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국내 정치를 위한 계산기를 두드리며 연일 죽창가만 불러대는 것으로는 국익을 극대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제 한일관계가 오랜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려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 5년의 차가운 시간이 아까웠던 만큼 하루빨리 공동의 이익을 위한 일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여당 측 인사들도 일제히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전날(7일) 기시다 총리가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것에 대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힌 점에 대해 진전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개인적으로 충분히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도 과거 역사 인식에 대한, 우리 국민에 대한 사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가 1965년 기본 조약 이후 최대 악화일로에 있었지만 다시 정상화할 수 있는 본궤도에 진입했다"며 "기시다 총리가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한 것은 한 발 진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젠 정상회담 할 때마다 '사과했냐 안 했냐', '사과의 진정성이 있냐 없냐'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과거사 사과 발언에 대한 진정성 논쟁은 더 이상 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자"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평가 절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셔틀외교 복원이라 자랑하지만 안타깝게도 '빵셔틀 외교 같다'는 국민 일각의 자조적 힐난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은 퍼주기 굴욕외교를 바로 잡으라는 국민의 명령에 끝내 불응했다"며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일본의 식민침략에 대한 면죄부 발언을 또다시 추가했고, 강제 동원 배상 재검토는 언급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독도 침탈에 대해서도 한마디 언급을 못 했고, 우리의 외교적 군사적 자주권을 일본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종속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은 오염수 방출의 들러리로, 오염수 방출 정당화에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중앙위원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시찰단은 자칫 방류를 기정사실로 할 수 있어 말이 안 된다. 조사단이 아닌 검증단을 만드는 게 맞다"며 "검증하고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방류하지 말라고 입장을 정리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오염수 방류는 절대 안 된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금은 일본 전범 기업이 물어라, 일본 독도 영유권 주장은 택도 없는 소리다, 일본 교과서 왜곡 즉각 시정하라, 일제 불법 침략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고 대차게 나갔으면 얼마나 좋았겠나"라고 반문했다.
기시다 총리의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발언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4월 한일 정상회담은) 과거사 문제와 한일합병, 강제징용의 합법성 여부, 불법성 문제에 대한 정의를 덮고 가자는 식으로 기준선 자체를 바꿔버렸다"고 주장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사실 그 위에서 출발한 것이어서 큰 틀에서 보면 내용이 예상을 뛰어넘은 것은 없었다"며 "지난 번에 워낙 판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어서 그에 입각해 진행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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