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낮아도 OK’ 모임통장 이어 기록통장, 인터넷은행 효자 되나
카카오뱅크가 대표 상품인 ‘모임통장’에 이어 ‘기록통장’을 출시하는 등 수시입출식 통장 위주로 수신 상품의 진용을 확장하고 있다. 토스뱅크도 ‘모임통장’에 뛰어들며 저원가 예금시장에 뛰어들었다. 수시입출식 통장은 정기 예·적금에 비해 금리가 낮아, 은행 입장에선 저비용의 알짜 상품이다. 재미와 편의성을 앞세운 저금리 수신상품이 인터넷은행들의 새로운 효자 상품이 될 지 주목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18일 수시입출식 통장인 ‘기록통장’을 출시했다. 가입자가 기념하고 싶은 순간을 각자 정하고 그날마다 돈을 납입하는, 재미 요소를 앞세운 상품이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이 상품은 정식 출시 전에 사전 신청에만 40만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애초 카카오뱅크가 이 상품을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수의 특별한 날을 기념할 수 있는 최애적금’이라고 홍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이 상품은 만기가 정해져 있는 적금이 아니라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수시입출식 통장이다. 금리가 연 2%로, 은행의 일반적인 요구불예금 금리(0.1%)보다 높지만 적금(카카오뱅크 기준 최고 4%)보다는 낮다. 그러나 금리가 낮더라도 재미있는 것을 선호하는 젊은층이 이 상품에 돈을 넣고 있다.
은행으로선 적금보다 기록통장이 더 많이 팔리는 게 유리하다. 자금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원가 상품이기 때문이다.
저원가 예금은 은행의 이익 수준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다. 그래서 ‘핵심예금’이라고도 불린다.
주요 시중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하거나 감소한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의 당기순이익(1019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52.5% 급증했다. 카카오뱅크의 저원가 예금 비중이 시중은행보다 크다는 게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카카오뱅크의 실적 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은행권의 수신 잔액 중 저원가 예금 비중은 39.4%지만 카카오뱅크는 56.8%에 이른다.
금리가 연 0.1%에 불과한 모임통장이 저원가 예금의 대표 상품이다. 금리는 낮지만, 모임 회비 관리가 필요한 소비자들이 이 상품을 찾고 있다. 모임통장이 카카오뱅크 요구불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8.9%에서 올해 1분기 24.3%로 증가했다. 금액으로도 같은 기간 2조5000억원에서 5조5000억원으로 불었다.
모임통장은 카카오뱅크 가입자 수 증가도 견인하고 있다. 1분기 카카오뱅크의 신규 가입자 74만명 중 49%(37만명)가 모임통장의 모임주 또는 모임원이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을 지켜본 토스뱅크도 지난 2월 모임통장을 새로 선보이면서 저원가 예금 시장 공략에 뛰어들었다. 토스뱅크 모임통장 금리는 연 2.3%로, 일반 요구불예금이나 카카오뱅크 모임통장보다 금리가 높다. 그러나 토스뱅크의 기존 적금(최고 연 4.5%)보다는 금리가 낮아 자금조달 비용이 덜 소요된다.
토스뱅크 모임통장은 금리 경쟁력, 사용편의성 등에 힘입어 출시 일주일 만에 7만 계좌를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를 했다. 모임통장이 은행 순이익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2분기 이후에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모임통장에 이어 카카오뱅크 기록통장까지 성공한다면 인터넷은행업계에서 저원가 예금 상품이 추가 출시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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