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 '가슴아프다' 기시다 과거사 발언 평가 엇갈려
KBS 기자 "총리 사과로 볼 수 없어" MBC 기자 "불법성 인정 없는 개인 표현"
YTN "사과 표현없고 개인적 언급 아쉬워"
TV조선 앵커 "과거사 해결 위한 큰 한 걸음"
JTBC채널A 기자 "과거보다 진전" SBS "다소 진전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혹독한 환경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슬픈 경험을 한 데 대해 가슴아프게 생각한다”고 한 과거사 발언을 두고 방송사들이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과거사 문제를 두고 이같이 밝힌 뒤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저의 개인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혀 총리로서가 아닌 '개인' 차원으로 격하시켰다.
이를 두고 KBS와 MBC YTN 기자는 사죄와 반성, 강제성·불법성 인정이 빠지고 개인적인 표현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지선 KBS 기자는 7일 저녁 메인뉴스인 KBS <뉴스9> 스튜디오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 발언을 두고 “이번에도 사죄, 반성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김 기자는 “역대 내각의 입장엔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이 담긴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 언제까지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할 수 없다'는 아베 담화(2015년 8월)도 포함된다”며 “그래서 이걸 진정성 있는 사과로 볼 수 있나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슴이 아프다는 기시다 총리의 표현에 김 기자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표현을 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개인적인 입장임을 강조했고, '총리로서의 사과'라고 볼 순 없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혹독한 환경'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됐다는 강제성을 인정하는 부분은 없고,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다는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이정은 MBC 기자도 같은 날짜 메인뉴스 MBC <뉴스데스크> 스튜디오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 발언을 놓고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의 성의를 부각시키는 분위기이지만 스스로 개인적 차원이라고 말했고 예상된 수준을 넘지는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자는 “그나마, 과거 내각 입장을 계승한다 3월 16일의 발언에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이 추가돼 더 이상 사죄를 하며 안 된다는 일본 내 강경파의 입장과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기시다 총리 입장이 절충을 봤다는 평가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요한 게 빠졌는데, 바로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언급하지 않았고, 통렬한 사죄와 반성, 불법행위의 주최로서 사과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YTN도 이날 밤 <뉴스나이트> 톱뉴스 '기시다, 강제징용 직접 언급 없이 “가슴 아프게 생각”'에서 “기존보다 진전된 발언이었지만, 사과 표현을 쓰지 않은 채 개인 입장이란 전제를 단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YTN은 “그동안 강제 징용 관련 직접적 언급을 피해온 것과 달리,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보다 구체화 된 생각을 전했다”면서도 “이번에도 기시다 총리는 '사죄와 반성'을 콕 집어 표현하지는 않았고, '개인적 입장'이라는 전제를 깔며 수위를 조절했다”고 지적했다. YTN은 “전향적 입장이었지만, '사과' 표현이 빠지고 개인적 입장에 그친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방송했다.
이에 반해 일부 종편과 지상파 방송은 진전된 발언이라고 평가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김명우 TV조선 앵커는 이날 주말저녁 메인뉴스 <뉴스7> '“강제징용 가슴 아프다…韓시찰단 파견 수용”' 리포트를 소개하면서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며 '가슴아프다'고 했다”며 “지난 3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언급한 데 이어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큰 한 걸음을 내딛었다는 평가”라고 극찬했다.
SBS는 이날 저녁 <8뉴스> '“힘들고 슬픈 경험 가슴 아프게 생각”'에서 “개인의 마음을 솔직히 말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발언을 한 것”이라며 “또 기시다 총리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입장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SBS는 “하지만 지난 3월 도쿄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사죄와 반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가 “그동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구체성이 있으면서도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목해서 한 그런 언급이기 때문에 다소 진전이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 거 같다”고 긍정 평가한 내용을 뉴스에 담았다.
정제윤 JTBC 기자도 이날 <뉴스룸> 스튜디오에 출연해 “전체적으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개인적이라는 전제를 달아서 마음 아프다는 표현을 한 만큼 그나마 3월보다는 성의를 보인 것 아니냐고 분석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강지영 JTBC 앵커가 “기시다 총리가 기자 질문에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렇게 선을 긋는 모습이 있었고 '역대 내각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전체적이란 단어가 추가되면서 사실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더 사실 애매모호해진 그런 부분도 좀 있었다”고 반론성 질문을 했다. 그러자 정 기자는 “일단 '전체적'이라는 그 단어는 기존에도 들어가긴 했는데 이번에 조금 더 진전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그나마 개인적이라는 전제를 달았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서 '마음이 아프다'라는 표현을 덧붙인 것, 이 부분으로 평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조영민 채널A 기자는 메인뉴스 <뉴스A> '과거사, 사죄 없었지만…기시다 “가슴 아프게 생각”'현장 연결에서 “직접 사죄나 사과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지난 3월 방일 때보다는 진전된 입장을 준비한 걸로 보인다”고 평가했고, 같은 방송의 조아라 기자도 '아는기자' 코너를 위해 스튜디오에 출연해 “징용을 포함한 과거사에 대해 진전된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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