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피할 생각 없다” 수원의 새 사령탑, 김병수 감독의 각오

윤은용 기자 2023. 5. 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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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수원 삼성 신임 감독이 8이 경기도 화성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화성 | 연합뉴스



수원 삼성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병수 감독(53)의 얼굴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이었다. 위기의 팀을 구원하기 위해 거창한 청사진이 아닌, 다가오는 경기들에 집중하는게 우선이라는 그는 자신을 위해, 그리고 수원을 위해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김 감독은 8일 경기도 화성의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지금 수원이 어려운 상황인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조금씩 변화를 모색하겠다. 팀이 단기간에 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신감을 갖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강원FC 감독 시절 공간에서의 수적 우위를 통한 볼 점유와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하는 ‘병수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2020년 시즌 말미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이후 야인으로 지내오다 이번에 위기에 빠진 수원의 소방수로 나섰다.

현재 최하위로 처져 있는 수원의 상황은 썩 좋지 않다. K리그 전통의 명가인 수원이지만, 현 상황에서 그 누구도 감독직을 쉽게 수락하기 어렵다. 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수락하기 정말 힘들었다. 안 힘들 수가 없었다”며 “그래도 누군가가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도전을 피할 생각은 없었다. 칭찬보다는 욕을 많이 먹을 것이다. 하지만 성장할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사실 아닌가”라며 호탕하게 웃은 뒤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른다.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그게 낙오를 뜻하는 건 아니다. 개인의 생각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열심히 해서 논란을 불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 병수볼은 충분히 볼 맛이 나는 매력적인 스타일의 축구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이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과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지금 수원은 최하위로 처져있고, 병수볼을 당장 이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김 감독도 당장 자신의 스타일을 팀에 입힐 생각은 없다. 김 감독은 “수원은 나 혼자만의 팀이 아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며 “선수단에 어울리지 않는 축구를 지금 당장 입히기는 어렵다. 일단 시작을 해봐야 알 것 같다. 천천히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에 기존 수원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불러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감독 본인도 팀과 선수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는데,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을 데려온다고 한들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사실 코칭스태프 구성이 좀 어려웠다. 중도 부임을 하다보니 예전에 함께했던 사람들을 섭외하기 어려웠고, 선수 파악에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며 “주승진 코치를 수석코치로 임명했는데, 이에 대해 말이 많은 건 이해를 한다. 하지만 수원을 내부적으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오장은 코치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을 절약하기에 이들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날 선수들과 상견례를 하고 첫 훈련을 가졌던 김 감독은 오는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12라운드 경기를 통해 수원 데뷔전을 치른다. 전북도 성적 부진으로 김상식 감독이 물러나고 김두현 코치가 대행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라 1승이 절실해 절박한 수원과 치열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아직도 준비하고 있다.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지금 상황에서 말로 이렇다저렇다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단 축구는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화성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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