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구진, 파킨슨병 치료할 실마리 찾았다
노년기 삶 개선할 전기 기대
한국과 미국 과학자들이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냈다. 현재 완치가 안 되는 파킨슨병은 약물을 투여해 증상을 호전시킬 수만 있다.
카이스트(KAIST)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팀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IA)의 엘리에자 매슬리아 교수와 함께 세계 최초로 파킨슨병이 일어난 뇌 조직에 대한 ‘후성 유전체’ 지도를 3차원(D)으로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파킨슨병과 연관된 656개 신규 유전자를 찾아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파킨슨병은 머릿속 중뇌에 있는 ‘흑색질’이라는 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생긴다. 국내외 60세 이상 인구 1.2%가 앓고 있으며, 인구 고령화에 따라 발병률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의료계는 예상한다. 2040년에는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142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파킨슨병이 나타나면 신체 동작이 느려지는 ‘서동증’이 생기거나 가만히 있을 때 몸 일부가 떨리는 모습이 관찰된다. 현재 병원에선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에게 대개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물을 투여한다. 이렇게 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다만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은 아직 없다.
연구진은 ‘후성 유전체’(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DNA)에서 치료제 개발을 위한 돌파구를 찾았다. 후성 유전체는 몸속 유전체 구조를 염색체 단위에서 총괄하는 개념이다. 연구진은 뇌가 잘 작동하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신경교세포’를 후성 유전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신경교세포는 뇌를 움직이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기존 파킨슨병 연구의 초점은 주로 신경세포였는데, 연구진은 신경교세포의 오작동 또한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정상인 13명과 파킨슨병 환자 9명의 뇌에서 11만여개의 세포를 추출해 이런 분석 결과를 얻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퇴행성 뇌 질환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3차원 후성 유전체 지도를 작성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며 “앞으로 다양한 복합유전질환을 분석하는 데에도 이번 연구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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