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버이날? 우리는 항상 캄캄"…쪽방촌 홀몸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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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 쪽방촌에는 가정의 달이 오지 않았다.
어버이날인줄도 모르며 지내고 있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여인숙에 기거하는 노인들은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교회나 단체에서 찾아오는 발걸음이 뜸해져 이제는 어버이날인지도 모르고 지낸다.
안재업(76)씨는 "오늘이 어버이날입니까? 코로나 이후 교회나 단체에서 사람들이 안 찾아와 그때부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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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어버이날입니까?"
어버이날인 8일 오전 11시께 대구시 중구의 여인숙, 50여명이 지내고 있는 곳이다.
대부분 노인들이다. 점심시간이 다 돼 가는데도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TV만 볼뿐이다.
길 건너 시끌벅적한 서문시장과 딴판이다. 텅 빈 쪽방촌 거리의 공기는 노인들의 서글픔처럼 착 가라앉아 있는 듯하다.
쪽방촌 노인들은 바깥의 따뜻한 날씨와 들뜬 분위기를 스스로 차단했다. 여인숙에 기거하는 노인들은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교회나 단체에서 찾아오는 발걸음이 뜸해져 이제는 어버이날인지도 모르고 지낸다.
안재업(76)씨는 "오늘이 어버이날입니까? 코로나 이후 교회나 단체에서 사람들이 안 찾아와 그때부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산다"고 했다. "생활이 힘들어 열네살 때 상주 본가에서 출가했다"며 "한평생 혼자 살아 가족도 없고 주변에 아무도 없어 더 쓸쓸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우리는 항상 캄캄합니다."
강풍과 집중호우가 지나가고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바깥 분위기와 다르게 여인숙 안은 어둠컴컴하다.
쪽방 내부는 몸도 가누기 힘들만큼 작고, 담배연기로 자욱한 곳도 있다. 노인 대부분은 TV도 없는 방에서 먼산 만 바라볼 뿐이다.
80대 A씨는 "가족 없는 우리에게 가정의 달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항상 캄캄한 인생만 있을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70대 B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내렸는데 하필 오늘은 날씨가 좋다"면서 "우리 아들은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내 인생이 참 서글프다"고 했다.
특히 몸이 아픈 노인이 많다.
강모(82)씨는 "다리가 아파 날씨가 좋아도 나갈 수가 없다. 1년 365일 어두운 생활만 하다 보니 우울증까지 오는 것 같다"고 했다.
대구쪽방상담소는 쪽방민들을 위해 어버이날 관련 행사를 기획했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쪽방에는 가정이 해체되거나 가족과 연락이 안 되는 분이 태반"이라며 "정서적으로 허무함을 많이 느끼는 쪽방민을 위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공동체 놀이와 건강 강좌 등으로 구성된 행사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ing@newsis.com, jjik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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