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꼴찌 수원 '소방수'로 나선 김병수 "욕먹을 각오됐다"
기사내용 요약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천천히 바꾸겠다"
오는 10일 전북과의 홈 경기서 수원 사령탑 데뷔전
[화성=뉴시스]안경남 기자 = 위기의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병수(52) 감독이 점진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김병수 감독은 8일 경기도 화성의 수원삼성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 걸 안다. 누구라도 두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그걸 인지하고 거기부터 조금씩 변화를 모색하겠다. 단기간에 변화는 건 쉽지 않지만, 자신감을 갖고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은 저 혼자만의 팀이 아니다. 많은 팬이 계시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미련한 생각이다. 처음부터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기회를 엿볼 수 있지만, 지금은 선수들한테 어울리지 않는 걸 강요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술적인 변화는 없겠지만, 스타일을 만드는 건 가능하다. 볼을 가지고 즐기면서 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는 있다. 저도 시작해 봐야겠지만, 천천히 변화를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즌 개막 후 승리가 없던 수원은 지난달 17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이병근 감독을 경질한 뒤 최성용 수석코치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최 수석코치 체제에서도 3연패에 빠지자 수원은 김병수 전 강원FC 감독을 선임했다.
김 감독은 "사령탑을 수락하는 게 힘들었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한다면 저도 도전을 피할 생각은 없었다"며 "어쩌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칭찬보다 욕을 더 많이 먹겠지만, 그게 당연하다. 욕을 먹어도 성장한다면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수원은 김 감독이 관중석에서 직관한 지난 5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마수걸이 승리를 거뒀지만, 수원은 개막 후 11경기에서 1승2무8패(승점 5)를 기록, 12개 구단 중 최하위에 처져 있다.
김 감독은 "K리그는 굉장히 어렵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다. 이기고 지는 것에 따라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며 "11경기에서 9골을 넣고 18실점을 한 건 균형이 깨졌다는 걸 의미한다. 여기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급진적으로 할 생각은 없다. 크게 변화를 준다고 효과가 크지도 않다"고 했다.
수원 구단은 김 감독을 보좌할 수석코치로 주승진 스카우트를 선임했다. 또 구단 출신인 신화용 유스팀 골키퍼 코치를 1군 코치로 승격했다. 2군 피지컬 코치에는 구단 사정을 잘 아는 김주표 코치를 앉혔다.
동시에 기존 오장은 코치와 주닝요 피지컬 코치를 유임하기로 했다.
김 감독은 "시즌 도중 부임이라 코치진을 구성하기 어려웠다. 새로운 코치가 오면 수원 선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수원을 잘 이해하는 게 첫 번째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승진 코치에 대해 말이 많은 걸 안다. 하지만 선수를 생각하고, 수원을 생각한다면 내부를 잘 아는 사람이 지금은 적합하다. 주 코치도 계속 고사했지만, 다시 한번 부탁해서 받아들였다. 오장은 코치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전날 선수단과 상견례를 한 뒤 훈련을 지켜본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하자고 했다"며 "내부에서 여러 상황이 발생하면 3가지다. 반대하는 쪽과 중간인 사람, 적극적으로 나서는 세력이 있는데 본인들이 선택하는 게 수준이 될 거라는 메시지를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구를 잘하고 못 하고는 둘째다. 축구를 매번 이길 수는 없다. 중요한 건 팀원들이 한 데 뭉쳐서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집단이 성장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12월까지 계약한 김 감독은 "저에게 내년은 크게 의미가 없다. 올해 힘든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면 계약 기간은 무의미하다. 올해 할 걸 하고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장기적인 목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가올 여름 이적시장에 대해선 "선수를 보강하려면 내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취약 포지션이 파악되면 그쪽에 집중적으로 선수 보강을 할 것"이라며 "구단과 깊게 대화는 안 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수원의 명가 재건에 나서는 김 감독은 오는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전북 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수원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그는 "축구는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한쪽에 치우쳐도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쪽에서 어떻게 지혜를 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서울 이랜드FC, 강원 등을 이끌며 '병수볼'이란 애칭의 공격 축구로 주목받았다. 2019년에는 강원을 6위로 이끌며 상위 스플릿에 진했고, 2020년에도 7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1년 강원이 강등권으로 추락하며 물러난 뒤 야인으로 지내다 수원의 소방수로 등판했다.
김 감독은 "(강원에서 경질된 건)사실이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 한번 실패했다고 인생에서 낙오되는 건 아니다. 잘했다고 성공한 것도 아니다"라며 "열심히 해서 불식시키겠다"고 했다.
최하위 수원을 맡아 잔류라는 커다란 숙제를 안은 김 감독은 "경기력이 단번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훈련 분위기는 바꿀 수 있다. 선수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면 경기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겠다. 경기장에서 뛰는 건 선수들인데, 그들이 부담 없이 뛰도록 해야 한다. 그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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