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우가 만난 사람] 오버워치 뉴욕 박창근 감독, "이번에도 '사랑, 존중' 계속됩니다"

김용우 2023. 5. 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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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 APEX 우승팀이자 오버워치 런던 스핏파이어의 뼈대가 된 GC 부산서 코치로 시작한 '창군' 박창근 감독은 런던 스핏파이어, 서울 다이너스티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가 서울 감독으로 승격됐다. 아직도 화제인 '사랑, 긍정, 용서, 희망, 그럴 수도 있지'의 슬로건을 내세운 박 감독은 2020년 서울을 오버워치 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서울을 떠나 항저우 스파크로 자리를 옮긴 박창근 감독은 2021시즌 팀을 4강에 올려놨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선수가 아닌 자국 선수, 코칭스태프로 대체하겠다는 팀의 정책에 계약을 종료하고 나왔다.

항저우를 나온 박 감독은 2023시즌 뉴욕 엑셀시어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시즌1부터 강팀이었던 뉴욕은 지난 시즌 4승 20패를 기록하며 서부에서 13개 팀 중 12위에 머물렀다. 더불어 미드시즌 매드니스, 카운트다운 컵, 서머 쇼다운서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그런 뉴욕을 재건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떠나는 박창근 감독을 출국 전에 만났다.

Q, 런던 스핏파이어, 서울 다이너스티, 항저우 스파크를 거쳐 뉴욕 엑셀시어 감독을 맡게 됐다. 소감을 듣고 싶다.

A, 여태까지 항상 로스터가 전원 한국인이거나 한국 선수가 더 많은 팀에서 감독했다. 지금까지 아시아 문화권에 있었다면 이제는 서양 문화를 가진 팀으로 가는 것이기에 저로서는 새로운 환경인 셈이다. 뉴욕은 해외 선수들이 한국 선수보다 더 많고 스태프들도 다 외국인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새로운 기회이면서 엄청난 도전이 되는 한 해가 될 거 같다. 즐겁고 다른 한편으로는 얻는 게 많겠지만 지금과는 많이 다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GC 부산 매니저부터 시작해서 서울 코치와 감독, 항저우 감독을 지냈다.

A, 여러 팀을 옮겨 다녔는데 항저우에 갈 때는 뉴욕보다는 걱정이 덜 됐다. 한국 선수들도 많고 문화도 비슷했다. 제가 걱정한 거보다는 더 즐겁고 재미있게 일을 했던 거 같다.

Q, 항저우를 역대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려놨지만 팀을 나오게 됐다.

A, 따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오피셜로도 나왔지만 팀 내부에서는 이제부터라도 한국 선수, 스태프를 줄이고 자국 선수, 스태프로 가보자는 생각이 강했다. 중국 연고지를 기반으로 하는 팀인 것도 있지만, 한국 선수들의 비자 금액도 비싸다 보니 몸집을 줄여야 하는 게임단 입장서는 부담됐을 거다.

이건 항저우에 입단할 때 이미 서로 합의한 상황이었다. 원래는 자국 선수로 로스터 구성을 2024년부터 하려고 했는데 시기가 빨리 왔을 뿐이다. 전혀 나쁜 감정 없이 상호 합의로 선수들과 함께 계약 해지를 했다.

Q, 앞서 말한 대로 아시아권에 있다가 북미로 가게 됐다. 플레이 스타일도 전혀 다른데.

A, 항상 나온 이야기가 서부와 동부는 게임 내에서 활용하는 조합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저희가 직접 서부 팀과 연습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다르다'라는 건 경기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다. 메타를 해석하는 것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같은 리그이지만 많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쉽게 설명하자면 아시아에서는 정말 최적의 메타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 특정 영웅이 강하다고 하면 그 영웅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변화만 주려고 한다. 반면 북미는 특정 맵에서 특정 조합, 하다못해 디테일까지 다 쪼개서 전략이나 조합을 세밀하게 만든다.

Q, 지난 시즌 뉴욕의 성적이 부진했지만 시즌1부터 돌아보면 강팀이었다.

A, 시즌3까지는 강팀의 반열에 있었는데 그 뒤부터 하락세를 많이 타기 시작했다. 제가 원인을 말할 수 없지만 아마도 팀 내적으로 선수, 스태프 간의 소통이나 추구하는 방향이 많이 다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팀 내적으로) 그런 것이 다르면 보통의 팀 경우 빠르게 무너지더라. 건강한 문화가 없지 않았을까 감히 예상만 하고 이번에 직접 가서 알아봐야 할 거 같다. 항저우가 딱 그랬다. 조금 건방지게 들을 수 있겠지만 첫 시즌에 잘하다가 하락세였는데 제가 갔을 때 '기초적인 것들이 많이 부족하다, 건강한 문화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Q,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A, 선수 개인마다 기대하는 부분이 있지만 한 명을 꼽는다면 저는 '핏츠(김동언)' 선수를 꼽고 싶다. 저와 시작을 같이 한 선수 중 한 명이기도 하고, 서울에서 뉴욕으로 팀을 옮기면서 내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 이번에 대화를 나눠보니 '이제 좀 약간 베테랑의 경지에 올라오겠다, 바뀌었구나'라고 생각했다.

폭발적인 실력의 변화라기보다 문제점이었던 기복 등이 줄어들면서 평균적으로 팀에 기여를 하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 한다. 크게 주목을 못 받을 수 있어도 언제나 팀을 받쳐주는 기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유심히 지켜봐 줬으면 한다.

Q, 서울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슬로건이었던 '사랑, 긍정, 용서, 희망, 그럴 수도 있지'는 계속 유지되는가.

A, 당시에는 공식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어찌보면 제 인생에 약간 모토가 됐다. 항저우에 있을 때도 선수들에게 상호 존중을 '사랑, 존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팀 문화에 있어서 우선시되는 건 '긍정적인 말, 표정, 제스처'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똑같다. 변함없이 선수들은 상호 존중해야 할 것이다. 저희는 다국적 팀이고 콘셉트도 조금 다른 뉴욕이다 보니 지금까지 있었던 팀보다 더 강조해야 할 거 같다.

Q, 경계하는 팀은 어디인가.

A, 저희는 상대적으로 언더독이다보니 '항상 최하위다'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경계의 기준을 어디로 잡아야 하는가가 중요할 거 같다. 만약에 지난해 준우승팀인 샌프란시스코 쇼크가 경계하는 팀이라고 하면 너무 웃긴 표현일 것이다. 애초에 전력 차이가 많은 팀이다. 또 강한 로스터를 만든 애틀랜타 레인라고 하기에도 정말 웃기다.

이기고 싶은 팀이지만 저희가 경계해야 할 팀은 경기를 통해 성적이 판가름 나는 팀이다. 어찌 보면 저희와 실력이 비슷한 팀일 수도 있다. 그런 기준으로 말한다면 워싱턴 저스티스, 베이거스 이터널(구 파리 이터널), 밴쿠버 타이탄즈 등이 될 거 같다. 작년에 저희와 성적에서 큰 차이가 없던 팀들은 확실하게 이기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뉴욕 엑셀시어.
Q, 감독으로 가는 뉴욕의 팀 색깔은 어떻게 만들 건지.

A, 앞서 말한 '사랑, 긍정' 등이 이어질 거 같다. 사실 저희가 대단한 성적을 낸다는 건 막연한 자신감일 것이다. 그래도 스테이지1을 시작해서 스테이지4를 돌아봤을 때 뉴욕이라는 팀은 성장할 것이고, 선수들도 그 안에서 뭔가 즐거웠으면 좋겠다.

분명 시즌은 힘들 거고 저희는 약팀이기에 패배가 계속되면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팀이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다. 또 선수들도 뉴욕이 내 커리어의 끝이 아니라 뉴욕이라는 팀을 통해 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발판을 마련했으면 한다. 그런 콘셉트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Q, 뉴욕이 약팀이지만 감독 입장서는 성적을 내야 하는 입장이다. 23년 목표는 무엇인가.

A, 거짓말을 하거나 블러핑을 할 수 없기에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려고 한다. 뉴욕이 작년에는 정말 최하위권 팀이었기에 올해는 정규시즌 승률을 50%까지는 맞추고 싶다. 그 정도가 돼야 플레이오프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목표를 최우선 순위로 삼아서 선수들을 지도할 예정이다. 선수들에게 처음부터 '우리는 할 수 있다,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다, 4강권에 갈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안 하는 게 맞다. 높은 무대에 가서 경기를 해보고 싶지만, 일단은 현실적으로 스텝 바이 스텝으로 밟아나가는 게 좋을 것이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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