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글로벌 혁신특구 조성해 낡은 규제 수술대 올린다(종합)
이영 "규제가 박스 묶는 리본이라면 풀기보단 잘라야…국내 2~3곳 시범특구 조성"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가 글로벌 혁신특구를 조성해 기술 실증부터 사업화까지의 규제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산업을 활성화하고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규제혁신특구 2~3곳을 글로벌 혁신특구로 시범 조성하고 연내 가상현실 플랫폼을 도입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글로벌 혁신 특구 조성방안 간담회'를 열어 벤처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이번 특구 조성방안의 의의를 설명했다고 8일 밝혔다.
글로벌 혁신특구 조성방안은 혁신 벤처스타트업의 기술 실증부터 사업화까지 글로벌 기준을 적용해 K-혁신 특구를 조성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명시적인 규제를 제외한 모든 신기술 실증이 가능하도록 네거티브 규제를 시행한다. 윤석열 대통령 방미 당시 열린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영 중기부 장관은 "한국 규제 환경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비교시 경직돼 새로운 도전을 봉쇄하고 있다"며 "명시적 제한 및 금지조항을 빼고는 모든 실증이 가능하도록 국내 최초로 네거티브 규제를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모인 벤처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이번 글로벌 혁신 특구의 규제 특례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고시 등 세부 규정 및 지자체 규제가 혁신을 방해할 우려가 큰 만큼 중기부가 이들을 지원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구태언 규제혁신TF 민간위원(법무법인 린)은 "글로벌 혁신특구 규제 특례를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체계는 혁신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고시, 유권해석 등 사항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포괄적 네거티브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게 쉽지 않다. 규제 특례로 선정되면 명시적 표시 없이도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포괄 특례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법무법인 로백스)는 "지자체 규제 및 전략 물자 통제 등을 이유로 벤처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었던만큼 이번 선언은 획기적"이라며 "다만 UL 등 글로벌 인증 기관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받은 내용을 관련 위원회 안건으로 올려 중복 규제를 받게 하는 점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에겐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바이오 헬스 케어 스타트업 등 규제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벤처 스타트업은 개혁이 지연되고 추가 투자가 어려워지면 생존 자체가 힘들어진다"며 "소규모 벤처 스타트업의 경우 특구에서의 네거티브 전환에도 불구하고 부처별 상이한 규제 해소 등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중기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을 위한 부처 지원에선 좀 더 적극적인 시도를 주문했다. 정륜 UL코리아 대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표준에 대한 철저한 실증 없이 진출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의 경우 여러 산업에서 UL 인증이 요구되긴 하지만 그건 유럽 등 다른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번 MOU를 계기로 유럽 등 각지 글로벌 인증기관과도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배경은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헬스케어위원장(사노피코리아 대표)은 "제약 분야의 경우 많은 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 협업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혁신 특구가 조성되면 디지털 솔루션 등의 부분에 있어서 과감한 규제 허용과 플랫폼 내에서의 유기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보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규제라는 것이 안전성을 위해 만들어진 만큼 현장에서 규제 애로 해소 실증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면책특권을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실증 등 이런 부분은 규제 특구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규제 자유특구에서 디자인하고 요청하는 실증이나 실험 데이터들이 규제 특구 외부에서도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현장에 모인 벤처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전문 인력의 부족, 부처 칸막이 규제로 인한 국내 사업 진출의 애로 등을 호소했다.
이 장관은 간담회 말미에서 "규제 개혁을 위해 지난 1년간 최소 3개 정부부처가 달려들었지만 풀지 못했다"며 "규제를 박스에 묶인 리본이라고 한다면 그 리본을 푸는 대신 자르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까도 언급했지만 싸울 시간이 없다"며 "대신 규제가 없거나 완화된 국가에 가서 실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이번 글로벌 특구 조성의 핵심 중 하나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점을 감안해 바이오, 메디컬 분야에선 아시아 최초로 글로벌 기업의 가상 현실 플랫폼도 연내 도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연구개발이 아닌 사업화를 통한 수익 창출"이라며 "처음부터 글로벌 인증이 가능한 파트너와 시작해 신속한 규제 혁신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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