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없으면 잇몸으로"…칩 규제에 우회로 찾는 中 기업들

챗GPT 상응할 생성형 AI 개발에 고성능 칩 필수,
엔비디아A100 공급 막히자 하위칩 여러개 결합…
화웨이, 자체 칩으로 대형 언어모델 훈련법 시연

미국 엔비디아의 최신칩 H100 /로이터=뉴스1

미국발 제재로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적인 고성능 칩 공급이 막히자 중국 기업들이 우회로를 찾고 있다. AI 업계가 최선호하는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대신 하위 버전 칩을 여러 개 결합해 대안으로 삼고 있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바이두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최신 칩에 의존하지 않고도 챗GPT에 상응하는 최첨단 AI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 적은 수의 칩이나 덜 강력한 칩으로 최첨단 AI 성능을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을 찾는 데 혈안이다.

중국 기업들은 당초 중국산 칩을 사용하려 했으나 신뢰도가 떨어지자 A800과 H800을 포함한 낮은 수준의 칩 서너 개를 결합, 엔비디아의 고성능 A100 칩 성능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중국에 고성능 칩 공급을 차단하자 엔비디아는 제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중국시장용 다운그레이드 버전인 A800과 H800을 별도로 제조해 공급하고 있다. 산술연산, 정보기억, 제어 등 처리 용량을 A100 및 H100보다 줄인 제품이다.

두 제품은 바이트댄스의 짧은 동영상 앱인 틱톡 추천 알고리즘에 사용되는 소규모 AI 개발에 적합해 챗GPT 같은 대규모 AI 개발용 대안이 되지 못한다. 미국기업이 대규모 언어모델을 학습하는 데 1000개의 H100이 필요하다면 중국기업은 동일한 결과를 얻기 위해 3000개 이상의 H800이 필요할 수 있다.

서울 중구 화웨이코리아 사무실 /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최근 비공개 업계 회의에서 발표된 중국 반도체산업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에는 대규모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A100 칩이 4만~5만개에 불과하다.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기업들은 가장 '계산 집약적인' 작업에만 해당 칩을 아껴 쓰며 대규모 AI 모델 훈련에 쓸 칩을 비축하고 있다.

기존 컴퓨터 칩에서 더 많은 활용도를 끌어내는 방법을 찾는 데 몰두하면서 또 한편으론 한 가지 유형의 하드웨어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칩을 결합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WSJ은 중국 현지 논문을 참고해 알리바바, 바이두, 화웨이가 A100, 이전 세대 엔비디아 칩인 V100, P100에 화웨이의 어센드 칩까지 다양하게 조합해 사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고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지난달 텐센트는 엔비디아의 H800을 사용한 대규모 AI 모델 트레이닝을 위한 커넥티드 칩 세트를 공개했다. 화웨이는 지난 3월 논문에 엔비디아 칩 없이 자사 어센드 칩 만으로 최신 대형 언어모델 훈련법을 시연했다. '판구-Σ'로 알려진 이 모델은 독해 및 문법 문제를 포함한 몇 가지 중국어 작업에서 최첨단 성능을 달성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