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어요" 롯데 팬덤에 놀란 유강남, 하지만…기쁨보단 고민이 많다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지금도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2022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유강남은 롯데 자이언츠와 4년 총액 80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고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최근 몇 년 동안 '센타라인'에 약점을 보여왔던 롯데는 오랜기간 유강남을 주시했고, FA 시장이 열린 직후부터 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 유강남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오프시즌 눈에 띄는 보강을 이뤄낸 롯데는 2012년 이후 11년 만에 4월을 단독 1위의 성적으로 마쳤고, 2008년 8월 30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5383일 만에 9연승을 달리는 등 15승 9패 승률 0.625로 리그 2위에 올라있다. 지금의 성적이 시즌 종료 시점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최근 몇 년 중 가장 좋은 스타트를 끊은 것은 분명하다.
래리 서튼 감독은 시즌 초반 돌풍의 원동력에 대해 "한 선수가 한 달 동안 '캐리'를 한 것은 아니다. 여러 날에 여러 선수들이 각자 잘해준 결과"라며 "나균안이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불펜 투수도 자신의 역할을 너무 잘해줬다. 또 다르게 이야기하면 유강남이 투수들을 잘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시즌을 시작한 지 한 달의 시간이 지난 현시점에서 유강남은 팀 상승세의 기쁨보다는 자책이 더 많았다.
유강남이 아쉬움을 드러낸 가장 큰 이유는 팀 투수들의 좋지 않은 성적 때문이었다. 롯데는 8일 기준 팀 평균자책점이 4.96로 리그 10위에 올라있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5.27로 10위에 랭크돼 있고, 불펜 평균자책점은 4.55(6위)로 선발진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다.
유강남은 '4월 한 달을 돌아봐 달라'는 말에 "시즌 초반에는 투수들과의 호흡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결과도 썩 좋지 못했다고 느끼고 생각했다. 혼자 '어떻게 하면 오늘은 실점을 졸 줄이고 경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팀이 이기더라도 대량 실점을 한 부분을 되짚어보고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 문을 열었다.
유강남이 스스로 내린 진단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내가 너무 (상대) 타자 중심으로만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팀 투수들이 먼저고, 우리 투수들의 장점을 살펴본 뒤 타자들 쪽으로 접근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 타자 쪽으로만 접근을 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스스로 분석해 본 원인을 공개했다.
9연승을 질주하는 동안에도 선발진은 불안했으나, 불펜 평균자책점은 0.96으로 리그 1위. 이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유강남은 "투수의 장점을 활용하고, 가장 좋은 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선발을 아직 불안하지만, 불펜 투수들은 조금 안정감을 찾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면서도 "아직 선발 투수들이 '어떻게 하면 긴 이닝을 끌고가고,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지만 충분히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강남은 오프시즌 방망이에도 꽤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해 2017시즌부터 이어졌던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이 깨지는 등 타격에서의 아쉬움이 짙었던 까닭. 올해도 24경기에서 성적은 1홈런 4타점 타율 0.230 OPS 0.610로 조금은 아쉽지만, 최근 10경기에서 타율은 0.290으로 조금씩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아무래도 점수를 너무 많이 주고, 경기를 타이트하게 하는 것의 영향이 없지 않아 있다.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타격도 타격이지만, 수비에서 보여줘야 하는 것들이 더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득점권에서 타점도 나오고 있다. 선발 투수들이 안정이 된다면, 나 또한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방망이는 부수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팀 선발진을 살리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쉬움이 큰 한 달을 보냈지만, 롯데로 이적한 뒤의 만족감도 분명 있다. 바로 엄청난 '팬덤'이다. 유강남은 "나도 인기 팀에 있었지만, 팬들의 열기에 너무 깜짝 놀랐다. 응원하는 문화도 조금 다르고, 흥이 넘친다. 같은 환호라도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더라. 야구장에 들어가면 기운이 확 느껴진다. 다만 집 밖으로 잘 안 나가고, 사복을 입은 모습이 다를 수 있어서 그런지 아직은 잘 못 알아보시는 것 같다"고 쑥쓰럽게 웃었다.
9연승 이후 여전히 상위권. 하지만 LG 트윈스 시절 숱하게 겪었던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강남에게 방심은 없었다. 그는 "뿌듯하지만 1년 반짝 경험한 것이 아닌 10여 년을 경험한 것이다. 시즌 초반은 초반이다. 연승을 했다고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아직도 연승이라고 생각하고 더 긴장, 집중해야 한다. 초반은 그저 승수를 벌어둔 것이다. 오히려 다잡아야 하는 시기"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 사진 = 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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