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학부모 만족 '90점' 비결은…"인력·공간"[늘봄 두달④]

김정현 기자 2023. 5. 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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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전 원앙초, 2020년 공간혁신 토대로 '시너지'
인력난 해소 숙제…"강사 못 구해 담임이 참여"

[대전=뉴시스] 지난 2일 대전 서구 원앙초등학교 5층 '행복누리터'에서 한 학생이 오후돌봄 프로그램 '놀이체육'에 참여해 활동하는 모습. (사진=교육부 제공). 2023.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김정현 기자 = 지난 2일 오후 대전 원앙초등학교 1층 입구를 들어서자 보인 교실 안에는 책상 대신 미끄럼틀과 매트가 깔려 있었다.

복합 쇼핑몰 실내 놀이터(키즈카페)를 떠올리게 하는 이 교실의 이름은 '금빛마을'. 취재진이 교실에 들어갔지만 학생들은 미끄럼틀을 타면서 환호를 지르는 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이 교실은 학교가 지난 2020년 10월 교육 당국의 학교공간 혁신사업에 선정돼 조성한 '원앙행복나라'의 일부로, 모든 공간이 중앙 현관과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본관 중앙에 있다.

1층은 놀이, 2층은 소통, 3층은 휴식, 4층은 협업, 5층은 미래를 상징하는 공간을 조성했다. 교실과 교실 사이 죽어 있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거나 기존 교사 연구실을 옮겨 활용성을 높였다.

금빛마을 바로 옆 교실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을 위한 에듀케어 '새봄교실' 두 번째 강좌가 막 시작됐다. 금빛마을에 있던 학생들 몇 명이 교실로 들어와 가방에서 준비한 색종이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딱지 접기 강좌를 들은 학생 2명은 교실을 찾은 취재진과 교육부 관계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한 뒤, 가방을 챙겨 교실을 뛰쳐나갔다.

5층 복도 끝 '행복누리터'라는 이름표가 붙은 교실에서는 수업이 끝난 시간임에도 많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듯 복도가 쿵쿵 울리고 환호성이 들려왔다.

활동실을 살펴보니 남녀 학생들 7명이 벽 한쪽을 가득 채운 영상 속 박을 향해 공을 던지고 있었다. 학생들은 교사 지도 아래 팀을 두개로 나눠 누가 자신의 박을 먼저 터트리는지 겨루는 듯 보였다.

'금빛마을'과 '행복누리터' 모두 방과 후 학교 강좌와 강좌 사이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갖거나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부모를 기다리는 학교 돌봄 공간이다.

지난 3월 원앙초는 교육부의 초등 늘봄학교 시범 사업 대상에 선정됐다. 학교 측의 학부모 만족도 조사 결과, 오후돌봄(91.2%)은 물론 방과 후 학교(94.9%), 초1 에듀케어(94.4%) 모두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대전=뉴시스] 지난 2일 대전 서구 원앙초등학교 1층 '금빛마을'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한 학생. 뒤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 (사진=교육부 제공). 2023.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장이 2020년 적극적으로 공간 혁신을 추진한 덕택"이라며 2년여 뒤 늘봄학교 사업을 통해 도입된 방과 후 학교 강좌와 돌봄 서비스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에서는 돌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과 후 강좌가 열려 학생들이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교 본관 건물 2층에 마련된 체육관에서는 프로 선수 출신 강사가 지도하는 골프 수업이 한창이었다.

학생 키에 맞춘 짧은 골프채와 말랑말랑한 노란색 스티로폼 골프공은 강사가 직접 준비했다고 한다.

채를 휘둘러 공을 쳐 깔개 속에 설치된 핀에 공을 가깝게 보내려는 학생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

이 학교에는 3개 반에 모두 41명이 참여하는 골프를 비롯해 총 28개 '방과 후 학교' 강좌가 운영 중이다. 전교생의 69.8%인 215명이 강좌에 참여 중이다.

이는 전국 방과 후 학교 참여율 평균(45.1%)을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학부모와 학생들이 만족해 하니 더할 나위 없을 수 있지만 교직원들에게는 고민거리가 있었다.

전진영 방과후학교 부장교사는 당일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의 간담회에서 "1~2학년 강사를 구하기 어려웠는데, 담임교사가 대신 투입된 덕택에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활동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뉴시스] 지난 2일 대전 서구 원앙초등학교 체육관에서 한 학생이 방과 후 강좌 '골프' 수업에 참여해 활동하는 모습. (사진=교육부 제공). 2023.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장 차관이 도와줄 게 없는 지 묻자, 전 교사는 "내년에도 기간제 교사를 배치해 주시나"라고 물었다.

학부모 최현정씨는 아침돌봄, 일시돌봄에서 자격 있는 돌봄전담사 대신 자원봉사자를 쓰고 있다며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 계획이 있는지" 묻기도 했다.

원앙초와 같은 공간을 갖춘 학교도 그리 많지 않다.

이 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16.2명이다. 경기 등 신도시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사교육 밀집지구 학교는 학급 당 학생 수가 많게는 28~30명에 달한다.

당장 수업할 교실이 모자라 학교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공간을 혁신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서울 지역에서는 과거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를 추진하려던 다수 학교에서 반대하는 학부모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교육부도 이런 점을 충분히 알고 있는 듯 했다.

장 차관은 당일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전국의 늘봄학교 시범 운영 학교가 원앙초 수준은 아니다"라며 "(구성원 간) 화합을 바탕으로 앞서서 늘봄학교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 전국에 도입하려면)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며 "교육부는 예산이나 법, 제도 등 현장에서 어려운 점을 챙겨 나가는 한편 근본적인 인력 문제 해결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대전=뉴시스] 지난 2일 대전 서구 원앙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강좌 '기타/우쿨렐레' 수업에 참여해 활동하는 모습. (사진=교육부 제공). 2023.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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